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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호 Feb 12. 2024

가정 내 동반 흡연 문화!?

그 문화를 자랑하고 부러워하는 아이들

SPO : 어머님, 오늘 자녀가 집에서 흡연을 한다고 들었는데 어머님도 알고 있으시다던데 사실이 맞나요?

보호자 : 예, 제가 담배를 사다줘요. 저번에 애들 보니까 길에 떨어진 꽁초를 주워다가 피우거나 후배들 돈 뺏어서 몰래 담배를 사더라고요. 그거 보기 싫어서 제가 사다줘요.


학교전담경찰관은 10대 청소년들의 새로운 문화를 빨리 접하는 편이다. 가정 내에서 보호자가 자녀의 편의점 담배 절도 행위 예방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한다고 생각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SPO : 다른 친구들이 네가 집에서 흡연하는 것을 부러워하던데 그 사실이 맞아?

학생 : 네 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집에서 삼촌하고 같이 담배를 피워요.


담배 절도 예방 차원에서 자녀에게 담배를 사다주는 어머니, 중학교 1학년 조카와 함께 집에서 흡연하는 삼촌, "저도 쟤처럼 담배 사다주고 같이 피우는 삼촌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며 부러워하는 아이. 최근에는 밤 10시경 보호자에게 메시지가 왔다. '중학생 딸아이가 담배를 피우고 싶다며 소리를 지르는데 예전에 칼을 휘둘렀을 때와 비슷해서 친정 엄마 불러서 간신히 약을 먹여서 재웠는데 혹시나 해서 연락 남깁니다.' 이 쯤되면 8년차 SPO가 저렇게까지 거짓말을 하냐라고 할 수 도 있는데 실제로 내가 받은 메시지와 대화 내용들이다. 이제는 마약을 하는 시대라며 흡연 및 음주를 하는 청소년들의 비행 행위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분위기이다.


학교전담경찰관(SPO) 업무를 하면서 '부모 역할의 중요성'은 매일 느낀다. 100% 올바른 부모상은 없겠지만 부모로서 명확하게 해야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간접 체험하면서 SPO로서 부모로서 한층 성장하고 있다. SPO 활동을 하다보면 주변에서 '굳이'라는 수식어를 듣는다. '굳이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야돼?', '굳이 그 아이의 보호자까지 만나야해?' 굳이 대답하자면, SPO 개인마다 자신만의 기준이 다르다. 이 업무를 하면서 어느 정도까지 기준을 정해야 하는지 늘 고민한다. 해마다 '기준은 관대하게, 기대는 낮게'로 바뀌었다. 아무리 관대한 기준에 낮은 기대치라고 해도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가정 내 부모-자녀 간 동반 흡연 행위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 수 있을까? 막연히 집에서 쉽게 흡연하는 행위를 부러워하며, 그 부모, 삼촌을 '롤모델'로 삼는 다른 아이들은 다른 의미에서 '우리 엄마, 삼촌이었으면 좋겠어요.'를 연신 외친다. 그 보호자들도 가정 현장에서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생각하고 나름의 조치중이겠지만 사실 누가봐도 고개를 갸우뚱할 조치이다. 나는 되묻는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셔야 했는지'


예전부터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시켜야 한다.'라는 주장에 대해 반대 보다는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지금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그렇게 중요할까 싶다. 촉법소년들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 가정환경, 원인 등을 먼저 살펴봤으면 좋겠다. 사안 발생 후 '초등학교 5학년 생일 지났나요? 중학교 2학년 생일 지났나요?' 등의 촉법소년, 범죄소년 기준을 따지고 있고,  '저는 중학교 1학년 촉법소년이니까 범죄 행위해도 처벌 받지 않아요.'라며 뭣모르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가끔은 촉법소년 폐지하고, 10대 청소년이 범죄를 하면 '범죄소년', 범죄를 할 우려가 있으면 '우범소년'으로 나눠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들이 학교폭력으로 교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게 관련학생으로 회부되고, 절도, 무면허 운전 등 청소년 범죄 등으로 경찰서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나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촉법소년 등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려면 그 보호자, 소년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결혼 전, 임신 전, 출산 전, 출산 후 예비 부모 대상 학교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범죄 예방 교육, 흡연, 음주, 게임 등 중독 예방 교육 의무 실시 등 형식적인 교육 말고 '진짜 교육'이 먼저 이뤄지길 바란다. 진짜 교육이 이뤄진다면 아무래도 집에서 부모, 자식 간 동반 흡연 문화 정도는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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