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장난 남이하면 폭력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의 줄임말로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유행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하면 장난, 남이하면 폭력‘의 줄임말인 ’내장남폭‘ 문제가 심각하다. 교육부는 16개 시.도교육청(전북교육청 자체 추진)과 23. 4. 10. ~ 5. 10. 까지 4주 동안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가해 경험 중 가해 이유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가 초(33.7%), 중(38.9%), 고(32.2%)로 전체 34.8%를 차지했다. 단연 독보적이다. 실제 현장에서 112 혹은 117 학교폭력 상담, 신고 전화를 통해 다양한 학교폭력 사안을 마주한다. 실제 행위자 측에서 가장 많이 하는 답변이 ’진짜 장난이었어요.‘, ’그냥요.‘이다. 차라리 거짓말을 해서라도 다른 이유를 말해주길 바랄 때도 있다.
- 중학생이 라이터 불로 친구의 패딩을 태우는 행위
- 중학교 1학년 간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진사람을 제설함에 가두는 행위
-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본인의 성기 사진을 촬영하여 같은 학급 남학생 15명이 있는 온라인 단체채팅방에 게시하는 행위
- 다양한 놀이(기절 놀이, 의사 놀이, 비행기 놀이 등)
위 행위들을 해놓고도 흔히들 ‘장난, 놀이’로 포장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포장을 하고 변명할 필요가 없다. 범죄 행위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장난으로 시작한 본인의 행위 자체가 ’장난‘이라고 하기엔 그 수위가 높은 행동이기에 그에 따른 진술을 할 때 떳떳함과 당당함을 찾아볼 수 없다. 진술 시, 횡설수설하면서도 뻔뻔함은 보인다.
장난과 폭력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중학교 2학년 동급생인 ㄱ과 ㄴ이 ㄷ에게 똑같은 별명을 부르며 장난을 쳤을 때, ㄷ의 입장에서 ㄱ에게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ㄴ에게는 웃으며 ㄴ의 별명을 부르며 맞대응을 한다.
물론 서로 간 별명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언어폭력이 될 수도 있지만 위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관련학생 간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주고자 함이다.
중학교 2학년 동급생 ㄱ이 ㄴ에게 어깨동무를 했을 때, ㄴ이 위축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ㄱ과 함께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정도면 관련학생 간 어느 정도의 장난 정도는 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ㄱ이 ㄴ에게 어깨동무를 했을 때, ㄴ이 불편하고, 불안하고 ㄱ에게 어깨동무를 똑같이 할 수 없다면, 이는 평등한 관계가 아닌 수직 관계로 ‘학교폭력’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징후를 몇 가지 더 살펴보면,
-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휴대한 채, 불안해한다.
- 스마트폰 내 불필요한 어플들이 설치되어 있다.
- 보호자에게 평소보다 더 많은 용돈을 요구한다.
- 학교, 학원 등 무단결석, 지각 행위가 잦아진다.
- 밤늦은 시간 집 근처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 밤에 깊이 잠들지 못하고, 가정 내에서 예민한 모습을 보인다.
자녀가 평소와 다르다고 무턱대고 혼내면 안 된다. 그렇다고 마냥 ‘초4병’, ‘중2병’에 걸렸다고 합리화하여 무관심해도 안된다. 이미 자녀 혹은 친구가 학교폭력 피해 행위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든든한 내 편’이어야 할 존재에게 마저 관심과 위로가 아닌 꾸중과 훈계를 듣는다면 기댈 곳 하나 없는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소외당하고 외톨이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자해 행위 및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우울증 등 심각한 문제에 빠지게 된다. 이 모든 악순환이 누군가의 생각 없는 사소한 ‘장난’으로 시작된 것이다.
10대 청소년 간 발생하는 학교폭력 등 청소년 범죄를 단순 장난, 소꿉놀이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관련학생 간 형식적인 단순 화해, 접근 금지, 학급 교체 등 선도 조치로 해결하기 어려운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이미 문제를 넘어선 범죄 행위일 뿐이다.
< 2023년 1차 실태조사 개요 > (교육부)
(근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1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9조
(기간 및 방법) 2023.4.10. ~ 5.10. (4주), 온라인 조사
(조사대상) 초4~고3 재학생 전체(384만 명)
*조사 참여율 : 82.6%(약 317만 명)
(조사내용) 2022년 2학기부터 응답 시점까지의 학교폭력 피해. 가해. 목격 경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