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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수다쟁이 May 21. 2020

중요한 건, 나를 나답게 만들기 시작한 지금.

나만 아는 떡볶이 레시피가 있는 사람:)

코로나 19 여파로 자의 반, 타의 반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근 6년 이상을 혼자 생활했기 때문에 안정된 삶이 너무 고팠다. 올해 고모집에 살 수 있게 되면서, 나도 보금자리라는 게 서울에 있다는 생각에 정서적인 안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혼자 서울에 꾸역꾸역 살아가며 스스로 힘듦을 자처한 시간이 많았기에 고모 가족과 큰 유대감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안정을 느끼고 있는 듯싶다.


고모와 함께 살고 있지만, 대부분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나는 나름대로 혼자 보내는 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려 노력한다. 사실 코로나는 핑계이고, 바쁘게 몸과 마음을 괴롭혔던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만나는 사람도 줄여가며 혼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관계가 주는 피로를 조금씩 풀어낼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줏대가 있고 단단한 사람이 아니다. 가족이 됐건, 친구가 됐건, 연인이 됐건 상대에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살아왔다.-언제나 이 문제는 나의 불만이다. 한 발짝 떨어져 나를 바라보니, 이리저리 휘둘릴 때가 많았다. 항상 스스로 말했다. 경험이 많이 부족하고 성공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나는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인가? 이런 고민에 사로잡혀 잠 못 이루는 날들이 많았다.


올해가 되면서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런 생각을 떨쳐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잘하는 것들을 생각해보고, 좋아했던 일을 놓지 않고 계속해 나가자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서울에 올라오기 전 나는 그림 그리는 게 자신 있던 아이였다. 무엇보다 나의 생각을 글로 잘 정리하는 학생이었다. 나의 자존감은 그런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본가에 가끔 내려가서 좋은 것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던 과거의 나를 마주할 수 있어서였다.


나는 나름대로 자신감이 충만하고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었는데, 왜 지금은 그러지 못할까? 무엇이 나를 변하게 만들었을까? 나보다 잘난 다른 사람이 왜 두려웠을까? 이런 생각들이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혔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으니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내 생각은 언제나 곁다리일 수밖에 없었고 자신 있게 나를 어필할 수 없었다. ‘겸손’이라는 포장지로 문제의 본질을 덮어버렸다.


문제의 본질을 알았기에 그 포장지를 걷어내고 나의 길을 가고자 한다. 나는 지금 ‘나를 나답게’ 만들기 위한 기초공사에 들어갔다. 다른 사람이 아닌, 좀 더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동안 그나마 나다웠던 순간들은 요즘과 같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었을 때이다. 혼자일 때 가장 나를 발전시키고 성숙할 수 있었다.


<혼자여서 즐겁고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사소한 순간들>

유 퀴즈를 보며 출연자가 못 맞추는 퀴즈를 맞추고 즐거울 때

날씨가 좋은 날, 날씨가 좋다는 생각을 하며 길을 걸을 때

아침에 일어나 시원하게 스트레칭을 할 때

매일 쓰는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갈 때

고민하던 일을 끝내버렸을 때

두렵지만 결국에는 해내고야 말았을 때

내가 한 요리가 맛이 있을 때 - 특히! 나만 아는 떡볶이 레시피가 있다는 것

망한 그림을 포기하지 않고 멋들어지게 완성할 때

지금 이렇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글을 쓸 때

주변 사람에게 영향받지 않고 나의 생각이 정립될 때

나의 생각은 나의 것임을 느낄 때


나는 그렇게 단단해져 가고 있다.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막연히 말하지 않고 혼자 해결함으로써, 다른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을 알고, 좋든 싫든 나의 몫은 내가 해나감으로써 성장하길 기대한다. 차근차근 무언갈 해내며 혼자 지내는 요즘은 이상하게 외롭지 않다. 지금 해내는 것들이 빠른 시일 내에 어떤 결과를 내주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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