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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수다쟁이 May 03. 2020

물러서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인연에 대한 간단한 다짐들

함부로 인연 맺지 마라.

진정란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놓으면 쓸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


인연을 맺음에 너무 헤퍼서는 안 된다. 옷깃을 한 번 스친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으려고 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지만 인간적인 필요에서 접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들에 불과하고 그들만이라도 진실한 인연을 맺어놓으면 좋은 삶을 마련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좋은 일로 결실을 맺는다.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쥔 화투패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음이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대가로 받는 벌이다. <법정스님>



우연히 법정스님의 말씀을 보게 되었다. 요즘 크게 공감이 되는 말이라 기록하려 한다. 그동안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며 모든 인연이 중요하다, 불필요한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모두 언젠가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인연'이라 생각해왔다. 그리고 흔히 주변에서도 그리 이야기한다.


하지만 불필요한 인연으로 수없이 감정 소모를 하면서 그런 것에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오늘 한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 '누군가를 만나던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하면 된다'였다. 어느 사람과 관계를 맺든지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믿음을 주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여러 번 흔들리고 나니 보이는 것들이 있다. 감정적으로 너무 큰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컸다. 한 가지 일을 겪으면 그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 나에게 너무 크게 다가왔다. 조금 먼발치에서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이일로 내가 다른 이외의 것들을 소홀히 해도 되는 그 정도의 문제인가. 이런 성찰이 필요했다.


나에게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하라.  자비를 이야기하는 스님의 입에서 나온 말씀 치고 너무 냉정해 놀라웠다. 하지만 그만큼 지혜로운 말씀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에게 진실을 내보이며 투명한 것도 참으로 순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걸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진실된 마음이 아닌 눈빛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그 눈빛을 본 순간 그동안 나에게 진심이 아니었다는 게 단 번에 느껴져 바로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의 진심을 투자할 상대라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실 이 문제는 경험을 말미암아 그렇게 어려운 답은 아니다. 그동안 진심을 보여주고 싶은 상대에게는 나도 모르게 조심스러웠고, 말 한마디도 더 생각했다. 가벼워 보이고 싶지 않았고, 나의 모든 모습이 진실되게 보이도록 노렸했다. 똑같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에게만 나의 진실을 투자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요즘 나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작은 인연에 연연하지 말 것. 너와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였고, 스쳐가는 인연이었음을. 가장 사랑하는 건 나 자신 뿐임을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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