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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n 04. 2024

앞머리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은 딸

시시콜콜 육아이야기 64

오늘 아침 중1 딸아이가 화장실에서 앞머리를 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작년 6학년 겨울방학 바로 전에 있었던 일이 확 떠올랐다. 


작년 12월의 어느 날 저녁이었다. 딸아이가 앞머리를 잘라달라고 했다. 아직은 혼자서 앞머리를 자르지 못하겠다고 해서 늘 내가 잘라주곤 했다. 


그날도 머리자를 준비가 다 되었다며 딸아이가 화장실에서 나를 불렀다. 앞머리를 빗으로 슥슥 잘 빗어주고 가위로 앞머리를 자르려고 하니 딸이 말했다.


"엄마, 조금씩 자르고 너무 짧게 자르면 안 돼."

"그럼. 알지. 걱정 마."


딸아이가 이제 나랑 키가 비슷해서 키를 맞춘다고 고개를 아래로 내리고 앞머리를 잘 보이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는 딸의 숱 없는 앞머리를 모아 단단히 붙잡고 싹둑 잘랐다. 


그런데... 헉....

앞머리가 너무 짧다. 엄청 짧다. 큰일 났다.


딸아이는 내 표정을 보더니 바로 거울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으악. 엄마. 이게 뭐야. 내가 짧게 자르면 안 된다고 했잖아. 어떡해. 흑흑"


그러면서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하아.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한데 딸아이의 앞머리가 너무 웃기면서 이뻐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니, 네가 너무 고개를 확 내리니까 앞머리가 갑자기 길어 보여서 엄마가 그렇게 자른 거잖아. 미안해. 하하하하"


내가 웃으며 사과하자 딸아이도 웃다가 울다가 그랬다. 근데 하얗고 뽀얀 얼굴에 처피뱅처럼 짧은 앞머리가 정말 이뻐 보였다. 영화배우 김고은이 한때 했던 머리처럼 이쁘다고 나름 위로도 해주었지만 딸은 한참을 훌쩍였다. 


그날 밤 딸아이는 하도 울어 퉁퉁 부은 눈으로 내일 학교에 어떻게 가느냐고 해서 내일만 앞머리에 핀을 꽂고 가라고 했다. 하지만 딸은 내일은 죽어도 이 머리로 학교에 못 가겠다고 해서 다음날 오전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딸아이가 몸이 좋지 않아 오늘은 결석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이다. 


다행히 학기 말이기도 했고 선생님도 부모님과 통화를 했으니 따로 서류는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마음 편히 결석을 했다. 그날 나는 딸아이의 기분을 풀어주느라 엄청 애썼다. 딸이 좋아하는 마라탕도 사주고 이쁜 카페에 가서 맛있는 차와 빵도 먹었다. 


그 사건 이후 딸아이는 나에게 절대로 앞머리를 잘라 달라고 하지 않았고 혼자서 자르며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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