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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pr 03. 2024

나도 엄마한테 이르고 싶은데

이런저런 이야기 192

부부싸움을 했다. 자주 싸우는 레퍼토리였다. 티격태격 짜증 섞인 말들을 주고받으며 싸우다가 남편의 말 한마디가 엄청 큰 상처를 주었다. 남편이 홧김에 도를 넘은 말을 해버렸다. 그래서 남편과 일주일을 냉전상태로 보냈다.


늘 그랬듯이 엄마한테 전화해서 일러바치고 남편 욕을 하려고 했다. 엄마와 수다를 떨면 위로도 받고, 힘이 나고, 기분도 좋아진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엄마는 6개월 전 갑자기 소풍을 떠나셨기 때문이다.


엄마가 없는 빈자리가 아직도 나에게는 너무나 크다. 낼모레 5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나에게는 아직 엄마가 필요하다. 엄마한테 일러바치지 않아도 좋으니 엄마가 그냥 살아계시기만 했으면 좋겠다.


요즘은 일부러 엄마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발악을 하고 있다. '엄마'라는 단어조차 떠올리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 '엄마'라는 단어를 내 아이들에게 듣는다. 중1이 딸에게, 그리고 초1이 아들에게서 말이다.


내가 부르는 '엄마'와 아이들이 나를 부르는 '엄마'는 느낌이 정말 다르다. 내가 부르는 '엄마'는 그리움, 아쉬움, 슬픔, 무거움의 이미지라면 아이들이 나를 부르는 '엄마'는 바쁨, 밝음, 따스함, 가벼움의 이미지랄까.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나도 '엄마'라는 단어가 늘 따스하고 밝게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게 참 슬프다.


오늘도 엄마가 보고 싶고 그립다.




10년 전 엄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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