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보원 Apr 28. 2020

맥용과강

맹룡과강, 사나운 용이 장강을 건넌다는 얘기다. 늘 맹룡이 되기를 바라며 살아왔는데...

오늘 맥용과강을 보았다.

한 보름여 전, 누나의 집에 갔다가 밧데리가 부풀어 배불뚝이가 된 맥북 에어 MacBook air를 보게 됐다.

누나가 고쳐 쓰라며 건네주셨다.

L사의 P씨그램이라는 놋북을 쓰다 맥북 에어를 들어보니 비행기처럼 가벼웠다.

그러나 누이로부터의 득템인지라 고쳐 쓰리라 하고 빳데리 교체를 알아봤다.

근데 이 눔이 바로 맥북 에어의 마복림 할머니, 즉 원조였던 거였다.

전화해본 용산 전자상가에는 재고가 없어 결국 이베이를 이용해 미쿡으로 맥북 전용 빳데리를 주문했다. 그 빳데리에는 맥북 에어 케이스를 열 수 있는 드라이버도 있었던지라 빨리 공수되기를 앙망하며 2주를 보냈다.

그게 지난주 도착했다. 근데 맥북 에어는 쉽게  속살을 보여 주지 않고 후면 케이스 나사 10개 중 4개도 못 빼고 밧데리 동봉 듕.국.산. 드라이버는 앞이 뭉뚱 해진 거지.

그날 일본산 정밀 드라이버를 주문하고 그게 어제 도착했다.

얇지만 강해 보이는 그 녀석의 도움을 받아 맥북 전용 나사 8개를 풀고는 의기양양했지만 끝까지 2개가 마음을 열지 않아 실랑이하다 일.본.산. 정밀 드라이버도 중간에 부러지고 결국 힘으로 열어젖혔다. 므흣.

정성스럽게 밧데리를 교체하고 다시 나사를 조이고 조심스레 전원 버튼을 누르니 사과가 뜨는 게... 아니라 윈도우 7이 뜬다.

아무렴 어떠랴~ 내게 무려 하드 800기가도 아닌 80기가, 램도 8기가가 아닌 2기가 초노 사양의 맥북 에어가 생겼는데ㅡㅜ

근데 기쁨도 잠시.. 부팅 후 윈도우 창에 하드에 이상이 있으니 외장하드에 백업하라고, 백업할 자료도 전혀 없는 순수 노년 맥북 에어를 백업하라고 강요하는 문구가 뜬다.

체크디스크를 두 번 돌리며 심심한 위로를 주었는데 아침에 켜보니 하얀 근조 창만 띄우시며 윈도우 부팅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난 컴맹이 아니다. 내가 수만 년 전부터 이용했던 윈도우 XP부팅용 USB를 단 한 칸의 USB만을 허락하시는 맥북 에어에 꽂고 옵션 키를 눌렀다.

일반 놋북은 CMOS로 들어가 USB 부팅하는 번거로움을 맥북 에어님께서는 옵션 키만으로 해소하시는 기적에 적지 아니 놀랐으나, 곧 맥북 에어는 윈도우 XP는 아예 컴퓨터 운영체제가 아니라고 말씀 주시며 재설치를 거부하신다.

이제는 사설 AS업체의 손길을 빌리기로 하고 전화를 드렸다.

왈. 하드디스크의 논리적 오류로 보이는바  제가 수만 년 전 만들어 놓은 맥북 전용 부팅 장치로 부팅하여 맥용 운영체제를 깔아주겠노라고 한다.

하드 80기가, 램 2기가의 맥북을 위해 밧데리 수입가 한화 7만 방, 제팬 정밀 드라이버 1.2만 방, 맥용 운영체제 복원 5만 방을 각오하며 사무실에서 1시간 거리의 시외에 있는 사설업체까지 차에 기름도 빵빵히 채우고 갔더랬다.

맥.용.과.강.

뚜껑 열어보니 하드디스크가 삼숑 거라 안된단다. 그게 어떠냐고 했더니 순정을 바꾼 걸로 보이는 후면 드라이버 자국이 걸린다며.

결코 맥북은, 애플은 공인인증 AS가 아니면 못 열고 못 풀고, 만일 열어도 풀어도 다 들킴을 당하게, 내 눈엔 길이가 같아 보이는 나사도 미세조정으로 들어갈 자리를 달리 해둔다며...

맥용만이 강을 건널 수 있다고 한다.

삼숑 하드가 들어간 이 초노 사양 맥북 에어는 순정을 잃어 사설로는 고치기 어려운 지경이고, 만일 공인인증 애플 AS를 통해 지금은 결코 구경할 수 없는 어른 손바닥 반의 반만 한 80기가 맥용 하드로 교체해야 운영체제를 깔고 부활한다며 꼭 버리지는 말라한다.

내 컴퓨터는 연구할만한 가치가 풍부하다는 말씀과 함께, 먼길 곱게 가시라고 문을 열어주셔서 무사히 망가진 맥북 에어를 들고 귀가했다.

오는 길에 다짐했다. '그렇게 귀하신 물건이라면 집문서와 동봉하여 장롱 속에 보관하리라.'

수십만 년이 지나 애플사에서 자사 생산 원조 맥북 에어를 박물관 전시차 수집하실 때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보게 하리라고 다짐했다.

맥용만이 장강을 건널 수 있다.

비단 에어버스 비행기처럼 가벼운 맥북 에어만이랴~ 스마트폰도 패드도 맥용끼리, 애플끼리만 살 수 있다.

아. 긴 글 쓰느라고 어제 부러진 도라이버에 베인 가운데 손가락이 아려온다ㅗ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