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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원 Apr 28. 2020

맥용과강 2탄

몇 년 전 누님 집에 갔다가 슈퍼 울트라 고노사양 오리지널 마복림 맥북 에어가 배가 볼록해져 드러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이를 지적하자 누님께서는 쿨하게 이를 선물로 주셨다. 고쳤으라며.

배터리를 교체하다 손가락이 찢어지는 아픔까지 겪었으나 하드디스크가 맥용이 아닌 삼별제품이라는 이유로 끝내 사망하셨다.

이베이를 통해 교체용 배터리, 맥용 드라이버까지 수입하며 고군분투했지만 끝내 40기가던가 지금은 휴대폰 메모리 수준인 초초노사양 맹룡하드를 구할 길은 없었다.

아니 구하기에는 평소 주로 쓰는 PC그램을 한 대 더 사는 것이 더 싸게 맥힐 정도로 이 초노사양 맥북 에어는 희귀한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골동품은 반드시 제값 받는 날이 오리란 생각으로 고철 비행기처럼 가벼운 맥북에어를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 맥용만 고집하는 애플이 만든 아이폰 덕분에 나는 또 맹룡과강에 도전했다.

우리 부부가 구형 안드로이드폰으로 연명할 때 중학생 딸내미들은 애플 아이폰이 예쁘다며 쓰기 시작한 것이 단초가 되었다.

사 줄 땐 참 예뻤는데 얼마 못가 배터리 방전이 일어나고, 떨어뜨리면 액정이 박살 나는 난감한 일들이 벌어졌다.

비싼 폰을 망가뜨리는데 속으로는 천불이 났지만, 딸바보라 바보처럼 화도 못 내고 인터넷 서핑으로 긴 수양을 쌓은 후에야 아이폰 배터리 교체의 본격적인 맥룡과강 도전에 나섰다.

샘플 동영상을 몇 차례 살펴보고 따라한 결과 일체형인 아이폰 6의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었다. 이후 도전과 수양을 지속하여 결국 아이폰 6s 플러스의 깨진 액정도 갈 수 있었다.

시절이 흐르다 보니 맥용만이 장강을 건널 수 있었던 예전과는 시절이 많이 달라진 듯하다.

맥용이 아닌 교체용으로도 반쯤 망가지고 수리기간도 지난 아이폰을 구원할 수 있었다.

마치 구약시대의 구원이 유대인에게만 허락되다가 예수님께서 신약의 시대를 열고 모든 인간에게 복음이 전파된 양, 맥용과강의 기쁨이 모든 교체용 소모품에도 허락되었다.

그런데 장롱에서 잠자던 액정 깨진 아이폰 6S 플러스에게 새 페이스를 주었지만, 아이들은 이미 버전업으로 상위 기종으로 갈아타, 골동품이 돼버린 갤럭시 S3를 애용하는 아내에게 아이폰을 써보라고 건넸더니 기능이 어렵다며  손사래를 친다.

아이폰은 우리 아이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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