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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진 Aug 27. 2022

처서가 지나고

잘 가라 여름아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나선지 아침저녁 기온이 쌀쌀하다. 모기는 여전하고 한낮은 덥지만, 집 방바닥은 벌써 서늘해져 맨바닥에는 누워 있기가 힘들다. 아직 8월이지만 여름 기세가 많이 꺾인 느낌이다.


여름은 매해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얼굴을 한다. 올해도 그랬다. 소서를 지날 때만 해도 역대급 여름 더위 예고편을 보는 듯했는데, 봄에 안 내리던 비가 몰아 내리더니 싱거운 여름이 되어버렸다.


가까이 일본이나 중국, 멀리 지구 반대편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역대급 폭염에 가뭄까지 이어져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고통받고 있다는데, 어찌 이리도 다를 수 있을까. 신기하다.


처서가 지나고 한 여름 꿈도 같이 사그라드는 것 같다. 더위를 정리한다는 뜻의 처서가 내 여름날까지도 말도 없이 정리해 버리려나 보다. 이제 9월도 코앞이다. 다음 주면 솔솔 바람 타고 가을 생각도 몰려오겠지. 여름이 갔으니 일터에서는 더욱 맹렬하게 일들이 쌓여가겠지.


아직 여름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같은데, 미처 떠나보낼 준비가  됐는데, 예고 없이 이별 통지를 받은  같아 서운하다. 어쩌면 여름은 그토록 강렬하게 햇빛으로 내리쬐다가 한순간 사라져버려서 오래도록 선명히 기억에 남는 걸까. < 여름의 >, <그해 여름 손님>, <한여름 밤의 >,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여름이 반짝> 등등, 여름의 순간을 그려낸 작품들이 많은   순간이 그만큼 선명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여름을 대하며 이제는 그만 보내줘야겠다.  가라 여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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