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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진 Aug 21. 2022

당일치기 춘천나들이




올여름, 어디에도 못 간 게 아쉬워 당일치기 춘천여행을 다녀왔다. 이른 아침 경춘선을 타고 남춘천역에 도착해 렌터카를 빌려 짧은 여정을 시작했다.



몇 해 전 춘천여행을 갔다가 김유정 문학촌을 가봤는데, 그 당시 기억이 너무 좋았다. 그 후로 춘천 하면 떠오르는 건 김유정이다. 봄내라는 뜻의 춘천에서 <봄봄>이란 소설이 탄생했다니 얼마나 멋진가. 그러면서 봄에 춘천에 와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다음엔 꼭 봄에 와보리라.


이번엔 가볍게 김유정역(폐역)만 갔다. 오래된 역사와 두 칸 정도 되는 기차를 '나신남' 역무원 캐릭터가 지키고 있는데, 옛 간이역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정감 가는 곳이다. 이날 기온이나 날씨가 왠지 가을 같아 좋았다. 역 앞 커다란 나무 아래 한동안 앉아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참 좋았다.


점심을 먹고 찾아간 곳은 <천전리 지석묘군>이라는 고인돌이었다. 얼마 전부터 왠지 고인돌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서 혹시나 하며 찾아봤는데, 춘천에도 고인돌이 있었다! 춘천 고인돌은 강원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었는데, 도로 한가운데 자그마한 표지판만 있었고 주차장 같은 편의시설은 전혀 없어서 찾아가기 애먹었다. 네비를 보면서 "설마" 하며 지나쳤고, 한참 길을 돌아 겨우 찾아갔다. 아래 사진과 같은 길을 50m 걸어 들어가야 했는데, 양쪽으로 농사 중인 비닐하우스가 빼곡해 과연 고인돌이 있을까 긴가민가했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아주 작은 고인돌 5개가 늘어서 있다. 언제부터인가 관리가 영 안되는지 풀들이 수북했고, 심지어 그 작은 공간에 길도 막혀있었다. 청동기 시대의 무덤이라는데, 그 오랜 세월을 견뎌 지금까지 남아있는 게 대견했다.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겪으면서까지 이 고인돌들은 주변 마을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 옛날 청동기 시대 때 무엇을 추모하며 기원하며 무덤을 만들었을까. 언젠가 있었을 죽음, 그 후에도 숱하게 교차했을 삶과 죽음을 생각하니 괜스레 숙연해지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태어나 처음으로 소양호도 가봤다. 올여름 비가 많이 와 물이 방류 중이었는데(1972년 소양호가 만들어지고 난 후 겨우 20번째 방류란다), 계속 신경 쓰이는 건 저 아래 잠긴 마을들이었다. 60년 전 저 아래에는 누가 살고 있었을까,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무엇이 잠겨있을까 등등.



나들이 갈무리는 역시나 책방 탐방이다. 작년에도 갔던 <책방마실>이란 곳을 갔는데, 고새 자리를 옮겨 이사한 곳을 찾아갔다.(작년에 들렀던 또 다른 책방은 폐업해서 마음 한켠이 씁쓸했다.) 여유로이 둘러봤고, 역시나 예상하지 못한 책들을 업어왔고, 언제 다 읽을진 모르겠다. 기차 타고 돌아오는 길에 책을 꺼내 읽으니 아쉬운 마음, 괜히 하루 산란해진 마음이 차분해진다.



#책방마실            

강원도 춘천시 옥천길 27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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