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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진 Aug 05. 2022

살랑이는 마음

여름휴가 계획을 세워볼까나


바야흐로 여름 휴가철. 여기저기 비어있는 사무실을 바라보면 이따금씩 내 마음 속도 구멍이 송송 뚫린 것만 같다. 사나흘씩 휴가를 다녀온 동료 직원들은 어디가 좋았다더라, 꼭 가봐라 등등 이야기꽃을 피웠고, 구멍 뚫린 내 마음으로 시원한 휴양지의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것 같았다.


한여름이 되면 회사에서 으레 서로 휴가 계획을 나누곤 한다. 언제 휴가를 냈는지, 어디 가기로 했는지, 누구랑 가는지 등등. 너무 자주 물어보다 보니 나중에는 누가 어디로 간댔더라, 언제 간댔더라 뒤죽박죽 섞여서 헷갈리기까지 한다.


나에게 물어오는 질문도 많았는데, 올여름 휴가 계획이 딱히 없어서 그때마다 답하기가 난처했다. 굳이 꾸며낼 이유는 없기에 따로 계획하지 않았다,라고 답하면 꼭 왜라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나는 이걸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나, 곰곰이 생각하며 혼자 곤란해했다. 그렇게 몇 번 비슷한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왠지 휴가를 가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만있던 내 마음도 살랑이기 시작했다. 주말이 다가오면 괜히 자꾸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다. 어딜 다녀올까 생각하면 살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다가도 어딜 가나 사람들로 빽빽할 텐데, 하는 걱정도 같이 따라왔다. 한 사흘 정도 휴가 내고 집에서 대하소설을 독파해 볼까 생각해 보기도 했더랬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하려니 마음에 걸리는 일이 떠올랐다. 아마도 이런 쳇바퀴 같은 고민을 하다가 주말을 보내고, 이대로 여름도 보내버리겠지. 여름이 가기 전에 무슨 계획이라도 세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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