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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아 May 02. 2021

스며든다는 것

종이는 물에 잘 스며들고, 나무는 불에 잘 탄다. 한 포기의 풀은 햇빛과 함께 물을 먹고 자라고, 한 사람의 인격체는 따스한 관심과 사랑으로 튼실하게 성장을 한다. 목표는 꿈과 도전의식과 열정을 먹으면서 이루어지고, 사랑은 인내와 기다림과 믿음 안에서 건실한 사랑이 이루어진다.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들의 습성에 젖어들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으려면 시간과 노력과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특히 유별난 성격을 가진 자와 어울려야만 한다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취향과 성격이 맞아 왠지 끌리는 사람과 어울리는 일은 휴지가 물에 흡수되어 스며드는 시간만큼 빠를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에 100% 맞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결혼을 하여 남편 혹은 아내와 한두 번의 마찰이 없이 사는 부부처럼. 나 아닌 상대방에게 젖어들고 같이 호흡을 하려면 깨어지고 부서지는 일련의 고된 마음의 훈련과 인내가 절실히 필요하다. 


무언가에 스며든다는 것은, 혼연일체가 되는 것이다.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어 하나가 되는 일이다. 그곳엔 다른 무엇인가가 개입할 여지가 없어야 한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건, 서로가 스며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스며드는 벽엔 이끼나 곰팡이가 끼지 않는다. 이처럼 상대방에게 따스한 온기를 내미는 것은 서로의 관계가 햇빛에 바짝 말려진 옷처럼 개운하고 상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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