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흔들리는 부드러운 갈대는 정작 손으로 꺾으려면 잘 꺾이지 않는 단단함과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 고수동굴에 가서 봤던 크고 뾰족한 고드름은 찌르면 아플 정도로 단단해 보이지만, 열을 가하면 아무 미련도 없이 물을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태어날 땐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을 때는 단단하고 강하다고 도덕경엔 그렇게 표현이 되었다. 동물들처럼 약육강식의 세상 속에서는 그런 단단함만이 존재를 해야겠지만, 더불어 사는 인간관계에서는 단단함과 아울러 자신을 부드럽게 연마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태어날 땐 마음이 순수한 그 자체인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아가 생긴다.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생각이 부딪힘으로써 세상을 견디어나갈 수 있을 만큼 단단해져 간다. 사회생활, 인간관계에서 오는 후유증으로 마음은 점점 경직되고 굳어져가기도 한다. 이런 굳어진 마음과 생각들에 간지러움을 태워 풀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삶에 상처를 덜 받게 하는 완충재가 되기도 하는 유머와 개그가 그것이다.
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부드러운 말 한마디는 상대방의 마음을 쉬이 누그러뜨릴 수도 있고, 안 좋았던 서로의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도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의 굳은 심지도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짓밟거나 내식으로 바꾸려 하기보다는 물이 스펀지에 흡수하듯이 자신이 먼저 수용하고 자신에게 맞게 적용하는 부드러운 면들도 지니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단단한 것과 부드러운 것, 서로 조화를 이루어 나갈 때에 삶이 더욱 윤택하지 않을까 한다.
<마음 한 다발> 이 공간은 제가 20년 전에 썼던 글을 다듬어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