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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아 Feb 20. 2024

수명이 다 되었다.


수명이 다 되었다. 전기밥통, 드라이기, 다리미판, 겨울솜이불.. 최근 2개월 안에 버려진 물건들이다. 이 물건들은 최대 20년 가까이 되었다. 언제부턴가 유난히 소리가 커지더니, 머리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드라이기. 갑자기 “펑” 터질 것 같은 불안함이 일었다.   

   

해진 겨울솜이불. 한 달 전쯤, 자투리 천이 있어 솜이 삐져나온 부분만 기워서 사용을 했다. 세탁기를 돌리고 난 후의 상태를 보고 이젠 회복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운 부분을 중심으로 이불 천이 무자비하게 뜯어져서 솜털이 너도나도 탈출을 감행했다.      


옷을 다리고 난 이후, 다리미판을 치울 때에 바닥에 얇게 쌓이는 노란 솜털가루. 이건 오래된 거 같은데, 아무 생각 없이 사용을 하고 있었다.       


전기밥통이 고장이 난 이후 밥을 못하게 되니까 바로 새것으로 교체를 해야 했다. 그리고 이어서 다른 물건들도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새것으로 바꾸게 되었다.      


물건은 고장이 나면, 새것으로 교체가 가능하지만, 사람은 수명이 다 되어가면 교체를 할 수없다. 최근에 그림을 그릴 때 눈이 아프고 집중이 잘 안 돼서 세밀하게 그리지 못할 때가 많았다. 눈이 많이 불편해 안과를 다녀왔다. 슬펐다. 이렇게 눈이 늙어가는구나. 지금의 상태를 유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명이 다 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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