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놀이치료 효과<딥스>/버지니아M액슬린
나는 내가 좋아요
세상에 마음을 닫았던 한 아이가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움츠려 있던 다섯 살 아이가
자아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과 그 성장 기록
세상을 향해, 상대방에게 문을 닫으면 결국 스스로 고립된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음은 물론 상대를 받아들일 수도 없다. 강력한 방어기제로 더욱 벽은 두터워질 것이다. 아직 어린 아이라면 어떨까. 그 아이를 감당할 수 없는 부모는 그저 우리 아이가 비정상이라고, 장애아라고 판단하며 세상에 보여주지 않는 것으로 아이를 더욱 고립시킬 수도 있다.
어른의 잣대로만 판단하여 용납되지 않는 행동을 하면, 방에 가두고, 폭언을 하는 어른 아래 아이가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 그 상처 받은 아이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순수할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발톱을 드러내며 방어하도록 하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부모의 무책임과 일방적인 훈육이 아이에게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절실히 깨닫게 한다.
아이의 다친 마음을 놀이치료로 어루만져 결국 문을 열게 하는 엑슬린 교수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딥스의 변화 과정을 좇아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매력이 있다. 딥스의 변화를 자꾸 기대하며 보게하는 매력, 딥스라는 아이의 매력, 따뜻한 엄마같은 엑슬린 교수의 매력에 빠져 보길 바란다. 굳이 심리학도나 심리 관련 일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이다. 특히 사랑스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더욱 읽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
나는요,
모든 아이들이 자기만 오를 수 있는 동산을,
하늘 위에 별 하나를,
나무 하나를 자기 것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내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본문 중 딥스 대사
딥스는 자기를 둘러싼 세계를 헤쳐갈 힘을 길러야 하며, 이 내적인 힘은 자기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야 할 것이며, 주위 환경이 어떻든 간에 헤쳐나갈 수 있음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딥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는 어떤 형태로든 딥스 내부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가 딥스를 둘러싼 외부 세계 전체를 변화시킬 수 없다면 말이다. -p64
놀이치료와 같은 정신치료의 가치는, 대인 관계에서 스스로를 능력 있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경험하게 하는 데 있다. 나는 딥스가 사람들과 교류할 때 이 두 가지 진리가 중요함을 깨닫게 하려 한다. 세상에서 자기 자신보다 더 자신의 내면 세계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것과 책임감 있는 자유 의식은 그 사람의 내면에서 자라고 발달한다는 것을......아이가 다른 사람들의 인격과 권리와 개성을 이해하려면 먼저 자신을 이해해야 하고 자긍심과 자기 존엄성을 갖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p98
문제의 핵심은 사람들의 행동 뒤에 숨겨진 원인을 지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아니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알면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외적 행동에 있으며, 이 행동의 변화가 나타난 후에야 점차 동기와 감정까지 변화된다. 동기와 감정이 변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린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들이던 노력까지도 모두 자기 자신에게 쏟아부어야 한다. 그러면 외적 행동이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자신의 세계에서 스스로를 존중하게 되는 것이다. -p136
저렇게 어리고 저렇게 조그만, 그러나 강한 아이. 제이크가 떠올랐다. 자신의 이해심과 따뜻한 친절이 이 어린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그는 알고 있을까? 나는 그 상징적인 나뭇가지 끝부분과 가늘고 말라비틀어진 작은 나뭇잎을 생각했다. 딥스의 말이 떠오랐다. "아마 아저씨는 내 친군가 보죠?" -p175
이번 시간은 딥스에게 정말로 힘든 시간이었다. 감정이 딥스를 사정없이 찢어놓았다. 어린 시절에 방 안에 갇혀 있던 기억이 딥스에게는 큰 고통이었다. 잠겨 있던 건 방문만이 아니었다. 딥스에게 필요한 부모의 사랑, 존중, 배려, 경청이 모두 닫혀 있었던 것이다. -p236
나는 딥스예요.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나는 딥스를 좋아해요. 나는 내가 좋아요. -p 242
제 책임이라고 믿었어요. 전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어떻게 딥스한테 그렇게 심하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이성이 없어졌던가 봐요. 제 행동이 강압적이고 이성적이지 못했어요. 전 제가 원하는 증거만 보려고 했던 거예요. 이상한 행동 뒤에 능력이 감춰져 있을 거라고요. 하지만 딥스가 이상한 것이 제 책임이라는 생각은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내가 내 아이를 거부한다는 사실도 인정할 수 없었죠. 이제는 그 애를 거부하지 않으니까 말할 수 있어요. 딥스는 내 아들이고, 나는 그 아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요. -p252
그녀가 이제껏 딥스와 보낸 인생의 그림은 오싹할 정도로 두려운 것이었다. 어린아이가 그만큼이나 자기 통제와 감수성을 유지했다는 것이 사실 기적이었다. 어떤 아이든 딥스만큼의 압력을 받았다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당히 위축되고 만다. 딥 스 어머니는 자기가 가르치는 것을 딥스가 모조리 배울 수 있다는 확신은 얻었지만, 아들과 친밀한 관게를 맺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균형 있는 감정생활을 해칠 정도로 아이의 능력만 개발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를 파괴시킬 수 있다.
-p255
부모 자신들이 치료에 참여하지 않는 한, 아이의 치료는 진전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어린이가 이 때문에 치료의 효과를 보지 못했는지 모른다. 물론 부모도 함께 와서 자기 몫의 치료를 받으면 더욱 도움이 되겠지만, 치료를 받겠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개는 별로 진전이 없다.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치료도 별로 효과를 못 보기 마련이다. 위협당한 사람의 방어란 굉장할 수도 있다. 딥스의 경우에는 다행히도 부모가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에, 아이의 성장을 기뻐하고 이해했으며 함께 변할 수 있었다. 자아를 되찾은 것은 딥스뿐 아니라 그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p257
많은 영재가 한쪽으로만 치우쳐 발달해 자신만의 외로운 세계에 고립되어 우울하게 지낸다. 높은 지능은 때론 심각한 개인적 혹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어린이의 모든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그들의 우수한 지능이 적절한 돌출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264
자기를 찾는 과정이 딥스에겐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일 것이다. 딥스는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과 태도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차츰 눈뜨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과거의 경험 가운데 파헤쳐지지 않은 숨은 감정들이 있음이 확실하다. 그 감정들까지도 더 잘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p266
-여기는 참 좋은 놀이방이에요. 아주 행복한 곳이에요.
사실 이 곳이 딥스에게 행복한 곳이기도 했지만, 예전에 겪었던 아픈 감정을 떠올릴 때는 슬픈 곳이기도 했다. 지금은 딥스가 내 앞에서 고개를 당당히 들고 선다. 마음 깊은 곳에 안정감이 생긴 것이다.증오심과 복수심은 너그러운 용서로 바뀌었다.
딥스는 엉킨 감정들과 씨름하면서 자아 개념을 구축해왔다. 딥스는 미워할 수도 있고 사랑할 수도 있다. 저주할 수도 있고 용서할 수도 있다. 딥스는 감정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그 날카로운 모서리가 깎일 수 있음을 경험했다. 딥스는 감정을 표현하는 일과 책임감 있게 조절하는 방법을 배웠다.
딥스는 이렇게 자기 자신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면서 자기 능력과 감정을 보다 건설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p285
딥스는 스스로 한 고비를 넘겼다. 자신과 화해한 것이다. 상징적인 놀이를 통해서 자신의 상처 입은 감정들을 쏟아놓았고, 자신감과 안정감을 얻어 성장했다. 자신을 찾아 헤맸고, 마침내 자랑스러운 자아를 깨달았다. 이제 딥스는 자기 안의 능력과 맞먹는 균형 있는 자아 개념을 세우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통합을 이루어낸 것이다.
딥스는 이미 공포, 분노, 증오, 죄의식 속에 갇혀 있지 않다. 스스로 인격을 누리는 한 인간이 되었다. 스스로 위엄과 자존감을 발견했다. 딥스는 이제 이 자신감과 안정감을 가지고 자기 세계에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일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딥스는 더 이상 자기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p 305
그들이 떠났다. 자기를 발견해 행복하고 유능해진 소년과 그 재능있는 소년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된 그의 어머니와 함께 -p320
그렇다. 딥스는 정말 변했다. 이제 자신 있게 사는 법과 자유롭게 사는 법을 배운 듯했다. 지금은 밝은 표정으로 아주 행복해 보였다. 딥스는 큰 아이가 되어 있었다.
-p329
'내가 원하는대로, 당신이 원하는 대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딥스의 바람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가치를 느끼는 것이요. 남에게 필요한 사람, 존경받는 사람, 인간적 존엄성을 존중받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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