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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이렇게 커버린걸까?

1. 연구대상 1호. 우리 형

by 브나로마드

우리 엄마가 나를 가질 때, 태몽으로 강아지 세 마리가 품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 꿈을 꾸고 엄마는 직감했다. '벌써 두 아들이 있는데.. 또 아들이구나'. 그렇게 아들만 셋인 엄마로, 아니 전사로 살아오셨다. 3형제 중에 막내로 태어나 8살, 6살 위의 형 둘과 성장했다. 나이 터울도 많아 형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며 다정하게 크지 않았다. 무뚝뚝한 남자들 사이에서 생활했던 엄마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다양한 애완동물을 키웠다. 커다란 수조 속 금붕어, 자꾸만 플라스틱 통을 탈출하는 거북이, 우리 가족보다 먼저 일어나는 잉꼬새, 과일만 보면 달려드는 하얀 몰티즈.. 어릴 때 기억 속에 다양한 동물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중에서 지금도 가장 선명한 생명체는 어린 시절 내 팔뚝보다 굵고 길었던, '가물치'였다.


한참 동심으로 가득했던, 8살 즈음에 일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집에 있던 수조를 보니, 괴상한 모습의 커다란 물고기가 꿈틀대고 있었다. '엄마가 평소에 안 키워본 동물을 키워보고 싶어서 데리고 왔나 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때 그 물고기가 가물치라는 이름이 있는 것도 몰랐다.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던 커다란 물고기가 어느 날 공포의 대상이 됐다.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집에 우렁찬 가물치가 거실 바닥을 활보하고 있었다. 파닥 거릴 때마다, 나의 울음과 비명이 커져만 갔다. 바로 집문을 뛰쳐나와 옆집 아주머니게 도움을 청했다.

"잠깐만 아주머니 집에 있어도 될까요?"

당시에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돌아올 시간이 돼서, 옆집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우리 집 문을 열었다. 엄마는 벌게진 얼굴을 하고 기다란 구두 헤라를 들고 있었다. 그 옆에는 무슨 일인지 양손에 고무장갑을 낀 둘째 형이 울고 있었다.

"엄마, 무슨 일이에요?" 물었다.

"니 형이 어디서 가물치를 잡아왔어야? 이놈이 금붕어를 다 죽여버렸네!" 하고 화를 내셨다.

형이 가물치를 잡아 왔다는 사실도 놀랐지만, 가물치가 3일 동안 있었는데 수조밖에 뛰쳐나온 모습을 보고 알았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지금도 가족들과 맥주를 한잔씩 할 때마다 어린 시절 '가물치'를 이야기한다. 20년이 훨씬 지난 사건의 당사자, 둘째 형은 아직도 왜 본인이 가물치를 우리 집 수조에 넣었는지 모르고 있다. 그때의 무서웠던 기억이 지금의 나에겐 웃음 짓는 안주거리가 되어 계속해서 파닥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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