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그라미 May 25. 2024

남해에서 작가처럼 글 쓰기

#안녕, 남해

예뻐하는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나 골프 치러 사천 갈 건에 운전 좀 해줘. 언니 친정 거기잖아.”

” 나 엄마 집 얼마 전에 다녀왔어. 그리고 내가 니 기사냐? “

후배는 아양을 떨며 말했다.

”언니, 내 차 공장에 들어갔어. 가는 길에 맛난 거 사 먹고 저녁에 맥주도 한 잔 하자. “

이 여우는 내가 거절하지 못할 것을 벌써 알고 있는 듯했다. 만난 지 하도 오래되어 마지못해 승낙을 했다.


금요일 저녁, 퇴근 시간에 맞추어 그녀의 직장 앞에서 그녀를 차에 태웠다.

가는 길에 예쁜 정원이 있는 카페에서 저녁 식사를 대접받고 와인을 한 병 사서 호텔에 묵었다.

그녀의 라운딩 시간은 새벽 6시 30분. 그녀가 준비를 마치고 나를 깨웠다. 그녀를 골프장에 내려주고 친정으로 향할까 하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 남해로 향했다.

남해는 내가 제주 다음으로 살고 싶은 곳이다. 남해에는 바다가 있고 산이 있다. 보리암이 있고 독일인 마을이 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다랭이 마을이다. 꽃피는 철이면 제주 못지않은 광경을 선물한다. 제주만큼 물이 맑고 큰 관광단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박하고 예쁜 어촌의 풍경을 잘 담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엄마와 가까이 살 수 있다.


새로 생긴 노량대교를 지나 테크가 설치된 바닷가에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 한국의 아름다운 길 50‘

내가 가 보지 못한 곳에 호기심이 생겨 차를 세우고 아름다운 길로 내려갔다.


멀리 노량대교가 보이고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300m 남짓의 해안길이었다. 솔직히 그냥저냥 했다. 잠시 벤치에 앉아 물멍을 하다 차로 돌아왔다. 남해 시내에는 이른 시간이어서 문을 연 카페가 없었다. 다시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나와 어촌 마을 편의점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짜고 비린 바다 냄새가 바람을 타고 몸에 닿았다. 왠지 몸을 만지면 끈적일 것 같은 어촌의 바람이었다. 한 시간 남짓 시간을 보내고 남해 시내 쪽으로 차를 몰았다.


참 시골이었다. 차 막힘도 없었고 사람도 없었다. 이순신 장군 박물관을 도는 로터리에 문을 연 작은 카페가 있었다.

#안녕, 남해. 간판이 마음에 들었다. 카페에 들어서니 예쁜 사장님이 주문을 받았다. 아침도 거른 터라 달콤한 아몬드 향의 크림이 올라간 아몬드 크림라테를 주문했다. 규모가 작은 카페는 아기자기했다. 사장님께 와이파이 비번을 물어 패드를 꺼내 글쓰기를 시작했다. 매일 한 편의 글쓰기를 하는 중이라 오늘의 이야기를 따라 기억을 더듬었다. ‘타닥타닥’ 경쾌한 키보드 소리에 오늘은 글이 잘 써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남해분 아니시죠?” 카페 사장님이 준비된 메뉴를 가져다주며 말을 걸었다. 경남 사투리는 경북 사투리와 달리 끝음이 올라간다. 상냥했다.

“네, 세종에서 왔어요.” 나는 표준어 억양으로 말을 했다.

“그러실 것 같았어요. 여기는 패드 들고 다니면서 글 쓰는 사람은 잘 없어요.” 그녀가 돌아서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혹시 작가세요?”

“음…. 글 씁니다.” 그녀는 웃어 보였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나의 대답에 나름의 판단을 했을 것이다.


작가냐는 질문에 아직 나는 그렇다고 말하지 못한다.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좀 서운한 마음이 있다. 오늘 카페의 그녀가 나를 작가로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카페에서 글 쓰는 작가. 나 그거 참 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배우지 않으십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