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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라미 Jun 03. 2024

딱 하루만 울기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울보 엄마

아직 6월인데 해가 뜨겁다. 논산 훈련소로 가는 차 안에서 우리는 말이 없었다. 나는 말을 꺼내면 울 것 같아 애써 운전에 집중했다. 하필 오늘같이 더운 날일까? 우리 아이는 안전할까? 하늘도 원망하고 시절도 걱정하느라 마음이 무거웠다. 훈련소에 가까워지니 차들이 늘어났고 길가에는 끼까 머리를 한 청년들이 아니, 아이들이 즐비했다. 다들 부모님이나 연인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었다. 아이와 남편을 훈련소 입구에 내려주고 주차장에 혼자 들어가 차를 주차했다. 한참을 차 안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아리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한 묘한 감정을 아들에게 들키면 안 된다.

어젯밤 늦은 시간 아이가 노크를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엄마, 밤산책 안 갈래?”

“11시 30분이야. 가고 싶어?”

“잠깐만 나가서 걷다 오자.”

둘이 나란히 공원길을 걷는데 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 나 가서 잘하고 올 테니까 울지 말고 잘 지내야 돼.”

“안 울 자신은 없고 딱 하루만 울게. 너도 엄마 보고 싶다고 울지 마.”

“내가 애야?”

그렇게 우리는 짧은 이별을 위한 준비를 미리 마쳤다. 나의 마음을 미리 알아채고 먼저 산책을 나가자고 한 녀석이 기특했다.


입소식을 위해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아이들을 보낼 준비들을 하고 있었다. 아이를 부둥켜안고 우는 할머니, 자신의 군대 시절을 이야기하는 아버지, 연인의 손을 놓지 못하는 여자친구…

우리는 말없이 자리에 앉아 행사가 진행되기를 기다렸다. 모자로 가린 아이의 까까머리를  보고 있자니 눈물이 치솟아 올랐다. 아들은 애써 내 눈을 피해 다른 곳을 응시했다.

“부모님들 일어나셔서 아들들 꼭 한 번 안아주십시오.”

사회자의 말에 일어나 아이를 안았다. 어느새 아빠보다 등판이 넓어진 내 아이의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나는 그냥 막 울었다. 자꾸만 울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기에 어렵지 않을 줄 알았지만 새끼를 어딘가에 홀로 두고 온다는 것은 마음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일이다.

지금쯤 낯선 자리에서 낯선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마쳤으려나…

아이가 스스로를 잘 지켜냈으면 좋겠다. 나라보다 자신을 먼저 지켰으면 좋겠다.

참 이기적인 엄마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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