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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Jul 28. 2023

지구적 호흡

숨쉬어 살아있음의 가치

종종 나 자신이 중요하고 거대한 존재라는 착각이 들거나, 어떤 날에는 너무나 작고 보잘것없어서 세상에서 나의 쓸모를 찾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면 삶의 어디쯤에서 서성거려야 할지, 어디쯤에 자리를 잡고 살아야 하는 건지 막막한 그런 날들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때때로 내가 내뱉는 한 번의 숨들, 겨울이면 뿌옇고 하얀 김으로 눈앞에서 흩어져 사라져 버리는 이 숨들은 어디로 가는지, 어디를 향하는가 생각한다. 한 번의 들숨과 날숨의 시간 동안 몸안을 휘젓고, 어느 정도의 몸 안의 온기를 품고 빠져나가는 날숨 속에 내가 배어있을까 싶어 물끄러미 바라본다. 희미해져 가는 깜박임같이 나타났다 흩어지고 증발하여 사라지는 숨을 바라볼 때면 그렇게 나 역시 증발해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여보았다. 수없이 반복되는 의지와는 무관한 생의 신호를 바라보면서, 어쩌면... 사라질지는 몰라도 우리 모두가 어딘가에서 영원히 지속될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보태어본다.



바다의 밀물과 썰물, 낮과 밤 같은 지구적 호흡 속에 나의 호흡은 어떤 층위에서 생겨났다가 흩어져 사라지는가 생각하여 본다. 세상의 호흡 속, 좀 더 작은, 그리고 좀 더 작고 더 작은 세상의 호흡에 나의 호흡을 보태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면, 삶이 살아지는 것 같아서 살아 숨 쉬는 게 괜찮아지는 것 같은 한 번의 숨을 다정히 허락하게 된다. 굳어져있던, 바짝 긴장하여 올라가 있던 어깨가 내려가는 온화한 한 번의 숨이다.


그렇게 옅게 흩어져버리는 숨에 내가 실려서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숨 쉰다는 게 살아있다는, 존재한다는 신호이자 상징일지도 모른다. 나 스스로가 커다랗게 보이던 날에도, 초라할 만큼 작아져버린 그런 날에도 숨 쉬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게, 그 하루를 살아냈던 들숨과 날숨이 지구적 호흡에 가담하고 있다 생각하면 어쩐지 내게 붙어있는 숨의 가치와 의미로서 충분하지 않나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숨 쉬어 살아있다는 것의 가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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