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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Jan 12. 2024

연대(連帶)

함께 한다는 것, 함께 존재한다는 것

내가 거대해졌다가 초라해져 버린 어떤 날들이 남겨놓은 질문에는 좀처럼 답을 할 수 없다 질문을 들고 서성여보아도 나의 쓸모를 알 수 없는 먹먹한 날들이 대답을 대신할 뿐이다 삶의 의욕과 상관없이 생의 신호는 쉬지 않고 숨을 쉬게 하고 심장을 팔딱였다 몸속을 흐르는 붉은 온기의 소용을 알 수 없는 날들은 파리한 수치심을 부지런히 날라대고 그런 날에는 좀 더 작아지는 나를 만나야 했다     


점멸하듯 나타났다 사라지는 겨울의 창백한 숨을 바라보는 일로 오늘 나의 쓸모를 채굴한다 몸속을 휘젓고 돌아 나온 공허한 숨에 내가 묻어 스러져간다 삶의 시작을 알리는 첫울음에 묻어있던 것은 기대였을까 공포였을까 지금의 숨은 무엇이 되었나      


하얀 숨을 흩트리는 바람에는 어느 이가 묻어 있을까 세상에 나를 내어놓았듯 사람들도 매 순간 자신을 내어놓고 있었던가 우리는 서로를 들이마시고 내쉬며 어딘가에서 서로가 되어 부지런히 존재하는 연대가 되어 바람으로 서로에게 닿았을까  


세상의 숨에 나의 숨을 포개어 둔다 옅고 미약하여 찰나에 사라지는 숨이라 하여도 우리가 되어 세상에 숨을 내어놓던 그날, 더 이상 작아지지 않는 나를 만났다    


 



왜 살아야 하는지 갈피를 못잡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런 매일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을것 같은 허무한 시간의 무게에 짓눌려 숨쉬고 사는 것 조차 나라는 인간에게는 '낭비'가 아닐까 생각하던 때 였습니다.  그당시 저는 제가 숨쉬며 소비하는 산소와, 몸을 데우는 따듯한 온기마저도 나에게는 낭비라며 제 자신을 지독히도 미워했었습니다.


겨울날이었어요. 달리 하고싶은 일도 해야할 일도 찾지 못했던 희미한 날들의 연속이었지요. 길가에 잠시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것에는 어떤 목적도 의지도 없었지만, 그 겨울날 오후의 한 장면은 조용히 내려앉는 눈처럼, 조용히, 조용히 제 마음을 다독여주었지요. 그만 미워하라고, 그만 슬픔에서 걸어 나오라 그렇게 저를 일으켜 세워주었지요.


 하얀 입김과 사람들이 내뱉어놓는 숨들은 잠시 형체를 드러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점멸하듯 깜박이는 하얀 숨들이 흩어져내리고, 이내 불어오는 바람속에 아마도 사람들의 숨이 고스란히 남아있을거라는 생각에 이어서, 나도 모르게 들이마셔지는 한번의 숨이 가르쳐주었어요. 이렇게 우리는 한데 섞이고 서로의 호흡이 되어 존재한다는 것을요. 그저 사라지기만 하는 무용한 호흡이 아니라는 그 사실이 그때는 왜그리도 위로가 되었을까요. 살아있으면 살아도 된다는 당위를 저는 어째서 호흡이 섞인 바람을 통해 얻어낸 것일까요.


 숨쉬는 것의 가치, 살아있다는 것의 가치에 대해서 조용히 내려앉은 어떤 겨울날의 위로를 떠올리며 써본 글입니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것도 같습니다. 더이상 이제 제 스스로에게 왜 살아야 하냐고 묻지 않는 것을 보니, 그날 제가 받은 위로의 가치는 생을 마칠때까지 유효하겠지요. 이런것도 기적이라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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