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프로젝트를 또 하게 된다면 이렇게 해보려고요
지금까지 3번의 사이드 프로젝트에 PM으로 참여했습니다. 그 중 1번은 작게나마 수익도 창출해봤고, 1번은 배포를 하지 못한 채로 중단했고, 나머지 1번은 앞선 2번의 경험을 버무려 열심히 MVP 배포까지 달려가는 중입니다.
그저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별 고민 없이 시작했던 프로젝트는 생각보다 어려웠고,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생각보다 배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제가 얻은 가장 귀한 것은 아래 2가지입니다.
(1)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데에 도움이 된다
사이드 프로젝트에는 '주어진 과제'라는 것이 없습니다. 해야 하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리가 덜 되어있을지언정 '이거 재미있겠다!' 외치며 오고가는 생각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간 제가 제시했던 프로젝트 아이템 간의 공통점을 추리며 제가 콘텐츠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 서로가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것 에 나름의 사명감과 즐거움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책상에 노트북을 펼쳐두고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가?'를 고민할 때에는 알기 어려운 것들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의 발견이 반드시 특정 산업군으로의 이동 희망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 속한 산업과 일을, 내가 좋아하는 것의 관점으로 해석하면서 '나이기 때문에 더 즐겁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IT 교육 커머스 서비스의 PM으로 있는 현재 저의 상황에 대입해보면, 더 다양한 수준의 강의 콘텐츠를 간결하게 런칭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고객 니즈에 적합한 강의를 추천/매칭하는 기능을 제안해볼 수 있겠지요.
(2) 어설프게나마 일단 바퀴를 굴려보며, 시작하지 않았을 때보다 멀리 올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지난 N년 간의 성장 중 하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일단 해보기'에 대한 자신감 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창시절의 저는 아주 전형적인 게으른 완벽주의자 였습니다. 스스로를 몰아부치거나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저에게 그렇게 좋은 습관은 아니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바쁜 일상 중에 틈을 만들어서 하는 것이다보니 항상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만전을 기하고 할 것 없이 일단 한번 던져봐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어설픈 결과를 내는 것이 처음에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으나 막상 해보니 별 일 아니었습니다. (일단 나에게 그 정도의 파급력은 없다) 기대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아 자신감을 얻기도 했고, 생각보다도 더 어설픈 결과라 더 이상의 시간 투자를 하지 않는 결정을 더 빨리 내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일단 출발선을 넘어야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배웠습니다.
feat. 소재의 풍부함에 확신이 없었으면서도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 역시, 일단 해보면서 얻는 게 있을 거라는 기대 덕분이었습니다.
배운 점이 마음에 들어 저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거의 늘 프로젝트를 1개씩은 하고 있습니다. (시간 여유가 부족할 때에는 팀보다는 개인 단위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책임의 크기를 조절합니다.)
지금은 회사에서 만난 디자이너 다0님, 개발자 원0님과 함께 '메이커의 제작요청문서 관리 효율화'와 관련된 토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요. 킥오프 미팅을 통해 각자의 그간 사이드 프로젝트 경험을 공유했고, 이 시간이 프로젝트의 목표와 운영 방법을 결정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희가 크게 공감했던 것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한 명이 멱살 잡고 끌고 가는 플레이는 어렵다
특정 구성원만 관심 있어 하는 아이템을 선정하거나 각자 잘 하는 분야를 파악하지 않은 상태로 팀을 구성하면 발생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본업으로 인해 체력이 부치는 상태에서 사이드 프로젝트가 굴러가려면 모두의 자발적인 참여가 꼭 필요합니다. 이 때 소위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운영 방식은 서로에게 참 힘든 일입니다. 끌고 가는 사람은 구걸하다시피 참여를 독려하다가 제 풀에 지치게 되고, 끌려가는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다보니 점점 재미를 잃어갑니다. 그렇게 천천히 팀이 와해되는 것을 저도 경험해봤고 많이 듣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이드 프로젝트 아이템은 투표 방식으로 선정하자고 제안하는 편입니다. 업무에서는 모두에게 동등한 한 표가 주어진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보다는 (구성원의 의견을 다각도의 관점에서 충분히 수집하는 과정이 선제된 후) 권한자가 결정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는 모두가 '재미'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최대한 모두의 관심사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에서도, '메이커의 제작요청문서 관리 효율화'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자유롭게 나열한 후 각 문제에 대해 본인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느끼는지, 얼마나 해결하고 싶은지 얘기하면서 MVP 요건을 수립했습니다.
(2) 서로의 프로젝트 참여 목표를 알고 시작해야 한다
누구는 진짜 사업을 꿈꾸고, 누구는 포트폴리오에 적을 단기 프로젝트 정도로 생각하면 서로에게 서운할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서운하면 프로젝트가 재미 없어지겠지요.
각자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그 대화를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단기 / 장기 목표를 설정하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업무에서도 그렇듯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도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것이 재미있는 플레이를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3) 한번이라도 배포하는 경험을 쌓아보자
저는 배포 경험이 없는 프로젝트는, 배울 기회를 놓친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배포는 팀 구성원 외의 불특정 다수에 공개한 경험 을 의미합니다.
회사 업무와 달리 사이드 프로젝트는 정기적인 피드백이나 보상을 얻기 어렵습니다. 이 때 작게나마 가시적인 결과가 생기면, 신난 구성원들이 그 다음 스텝을 즐겁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우리 말고도 이걸 좋아해주는/의견을 주는 사람이 있네!'를 느끼는 순간이 주는 뿌듯함은 참 잊기 어렵습니다. 배포 목표가 불분명하거나 너무 멀게만 보이면 프로젝트의 동력을 잃기 쉽습니다.
더불어 부족하게나마 한번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의 결과물을 공개함으로써,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빨리 바로 잡을 수 있기도 합니다. 이런 장점은 사이드 프로젝트 뿐 아니라 업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점이므로 길게 서술하지 않겠습니다 :)
꼭 IT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주된 역할에서 벗어나 시도해보는 모든 것들이 나의 외연을 넓히는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우쿨렐레 연주, 영화 리뷰, 나레이션 외주 등등이 있는데요. 관심사가 많아 가끔은 산만한(...) 저 스스로를 돌볼 방법으로 택한 사이드 프로젝트, 앞으로도 즐거운 마음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