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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우 Sep 30. 2022

지구별을 노래하는 연우와 어린왕자

거미 짐 쌀 시간


거미 짐 쌀 시간


                                                     유설  정연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반가워

우산을 들고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봄 날 비소식은 겨울밤에 먹는

홍시처럼 달거든요


희뿌옇게 엉키어진 우산을 펼치는데

그 안에서 구름다리 만들어놓고 살았던

거미란 놈,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집을

어쩌지 못하고

남은 씨실 한 줄 질질 끌고

도둑놈 빤쯔도 못 입고 도망치듯이

화들짝 놀라서 도망가는데

도망가는 거미의 뒷통수가, 빼빼 말라서

아! 오지 않은 비가

거미의 숨통까지 조였는갑다 싶으면서도

우산 든 손을 나는 왜 접을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비를 배웅하러 가는 길이

거미에겐 저 잡으러 가는 줄 알았던겐지

뭐 빠지게 달리는 그 아슬아슬함이

눈 앞에서 사라질 때 쯤

저만치서 당신이 오시고 계시었습니다

그 걸음걸음이 어찌나 던지요

바들바들 떨면서 쿵쾅거리던 심장이

복사꽃 환하게 피듯

그 경계에서 피어서는

어찌 기척도 없이 오시느냐고 묻기도 전에

걱정이 되어 길을 나섰다시는데

때 마침, 부는 바람 사이로 후두둑 후두둑

우산위에서 먼저 내리더이다


그랬나봅니다

당신 오시는 길에 비 맞을 걸 아신겐지

비 온다는 일기예보가

당신이 오신다는 소식이었나 봅니다

우산에 세들어 살았어도

눈치는 있어서

도망가 준 거미도 그렇구요


그렇더라도, 당신

이젠 기척이라도 하고 오시어요

거미 짐 쌀 시간은 주어야지요


ㅡㅡㅡ

#거미짐쌀시간 #기척이라도하고오시어요 #곡성어르신들의인생이야기

도망가 준 거미도 그렇구요


그렇더라도, 당신

이젠 기척이라도 하고 오시어요

거미 짐 쌀 시간은 줘야 할 것 같아서요.


ㅡㅡㅡ

#기척도없이오시는당신 #인생이그렇듯_한순간 #일기예보 #그렇더라도당신은오시었으니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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