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을 노래하는 연우와 어린왕자

당신은 어디에도 있습니다 _광양 망덕포구에서 꽃을 헤다

당신은 어디에도 있습니다

_광양 망덕포구에서 꽃을 헤다

                                        유설 정연우

어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광양 망덕포구를 갔습니다

꽃길이, 아 그 꽃길이 하도 애달아서

하동으로 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광양만으로 펼쳐진 남해바다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신선처럼 하늘위도 거닐었습니다

걷다가 부처를 만났는데

하마터면

날마다 부처한다고

머무를 뻔 했습니다

참으로 그랬습니다

섬진강물이 광양 배알도를 만나면

그 생을 다한다는데

하동포구를 지나

망덕포구에 다다라선

윤동주시인을 만났고

윤동주시인을 사랑했던 남해사람 정병욱시인을 만났습니다

시인이 살았던 집은 술도가였습니다

술도가로 즐비한 포구의 어느 선술집에서

막걸리 한잔과 도다리쑥국이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손바닥만한

그 큰 벚꽃굴을 홀짝홀짝 빨아먹었던 일입니다

그 사이로

벚꽃으로 휘어청 밝힌 봄날이

윤동주를 그리워하고 있었고

윤동주를 그리워하는 정병욱을

데려왔습니다

그랬습니다

벚꽃 핀 언덕에는

언제나 당신이 있었습니다

꽃피는 날이면

당신은 어디에도 있더군요

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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