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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우 Apr 20. 2023

지구별을 노래하는 연우와 어린왕자

봄의 선물, 두릅


봄의 선물, 두릅  /  유설 정연우


두릅이라 하였다

허하고 속이 더부룩 하거든

입 안이 까끌거리고 밥 맛이 없거든

목덜미 뻑뻑한 것이 뒷목잡게 생겼거든

통풍으로 손발 저리고 중풍 올까 두렵거든

또한, 늙는 것이 서럽거든

두릅을 먹으라 했다

동의보감에 이르기를, 두릅만한 게 없다고 했다


예전에 먹고사는 일이 곤궁하던 시절에

집집마다 채마(菜麻)밭을 두고

푸성귀를 심어 먹던 시절에

두릅은 호사스런 반찬이었다

두릅은 가시가 성글게 돋힌 나무에서,

그 나무 꼭대기에서 새순이 피는 것인데

잎으로 크기 전에, 새순모가지를

똑깍 끊어서 먹는 것인데

독특한 모양만큼이나

그 쌉싸름한 맛이 또한 일품인지라

피가 맑지 않은 사람은 피가 맑아지고

독소가 쌓여 간이 안좋은 사람은 간이 해독되고

허나! 본시, 약이든 음식이든 과하면 탈이 생기는지라

두릅이 사람 뱃속에 든 독 해독한다지만

생으로 있을 땐 꼿꼿한 성질이 매우니

좋다고 과식하여 설사하는 일이 없도록

끓는 물에 적당히 데쳐서

소금간하고 참기름 둘러서 조물조물해서 먹으면

가히 백년은 끄떡없겠다


곡식이 여물지 않아서 굶고,

채소가 자라지 않아서 굶던

곤궁하던 시절에 기근(饑饉)이 들면

채마밭에 푸성귀가 전부였던 그 시절이 무색하게

요즈음은, 먹는 것이 많아서 병이 생기니

참으로 요상타만

봄이 주는 두릅만 잘 먹어도

먹어서 생기는 병은 이긴다하니

두릅이야 말로, 이것이야 말로

진정 봄이 주는 선물이 아니겠는가

적당히, 잘만 먹는다면

나른하고 무거워진 몸도

가벼울 수 있다 하니 더없는 선물이겠다.



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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