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연우 May 05. 2023

지구별을 노래하는 연우와 어린왕자

춘화


춘화  

                        유설 정연우


어이!  춘화!!

춘화 집에 있는가


앵두꽃이 피면

검정고무장화 신고 삽들고

누런 수건한장 목에 두르고

목장갑은 끼는둥마는둥


어!! 가고 있네!!


아버지는 물꼬 보러

나이가 비슷한 아버지들 두어명이

꼭 같이

강다리 철길 아래 논으로

물꼬를 러 가셨다


앵두꽃이 피면

앵두가 익어가는 것만은 아니다

아버지에게는 시간이었고

장화에 묻은 흙이랑

놀아주는 춘화였다


목이 칼칼한 할머니한테도

앵두꽃은

젊은날을 데려다주는

붉은 단심같은 거

뭐, 그런 거였다


모를 심어야

내새끼들 밥 주지!


어이!  춘화

있는가


날씨가 고만고만할 때 아버지한테 연두부 들어간 상큼한 샐러드 만들어 드리고 싶다. "봄에는 초무침이 젤로 맛나단다" 하시던 우리 아버지에게



ㅡㅡㅡ

#아버지 #그리움 #모심기 #물꼬 #강다리 #논 #장화신고 #목장갑 #붉은단심 #춘화




ㅡㅡㅡ

#아버지 #아버지좋아하시던 #새콤달콤 #모내기

작가의 이전글 지구별을 노래하는 연우와 어린왕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