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슬바람 May 26. 2021

한 걸음 더 나아가기 프로젝트 - day 78

여덟 번째 동굴 안 이야기

5월 26일 굳이 골라본 감정
실망스러운
실망스러움은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몹시 상한 상태예요.


나 자신에게 실망했던 적이 있나요?

실망스럽다는 감정 때문에 이 카드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감정카드 글을 쓰려고 보니 선택하고자 하는 감정이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비슷해 보이는 카드를 선택했다. 


오늘 내가 얘기하고 싶은 감정은 정확한 단어로 표현을 못하겠는데, 생각나는 단어는 이러하다. 

자괴감

쓸모없음 

눈치 보임 

난감한 


이 네 단어의 공통점은 "회사"이다. 

나의 새로운 직업은 근로지원인이다. 장애인이 핵심업무는 수행 가능하나 부수적인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근로지원인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도록 돕는 인적 서비스다. 

한글과 엑셀을 많이 사용할 거 같아서 입사 전 벼락치기로 공부했으나 업무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유는 내가 해야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분명 부수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부수적인 업무조차 이용자(장애인)가 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오기 전까지 홀로 3개월간 일했기 때문에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일을 엄청 잘하신다. 꼼꼼하며 완벽하다. 센스도 있고 빈틈이 없다. 그렇기에 근로지원인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나에게 업무 수행 중 어려운 부분을 요청해야 하는데 요청이 없다. 

그럴 때면 정말 눈치가 보인다. 사무실엔 10명이 넘는 사람이 있는데, 모두 바쁘게 움직이지만 나 혼자 할 일이 없어 지난 회의록과 여러 한글 파일들을 뒤적거리고 있다. 

설상가상인 건 모두가 내가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선생님이 일을 잘하셔서 선생님은 별로 안 바쁘실 거예요"라고 말하는 직원들 앞에서 나는 멋쩍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6개월 동안 월급루팡 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돈 벌면서 공부하라는 뜻인가. 

매일 드는 나의 어두운 감정들을 더 악화시키는 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프로젝트 - day 7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