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고 싶은 사람보다는 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찾는 것이 빠르고 정확하다
나는 젊은 나이에 나에게 정신적 충격을 안겨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좋은 정신적 충격도 있겠지만 내가 말하는 충격은 부정적인 정신적 충격이다. 수많은 조직을 경험할 수 있었던 하루살이 인턴생활들, 전 직장 덕분이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어찌나 그렇게도 상식 밖의 사람들이 많을까.
정말 소소하게는 전 직장에서 나의 남자 친구가 사는 아파트로 남자 친구를 무시했던 모 대리부터 그냥 나를 싫어해서 수십 명의 다른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싸가지가 없다고 나를 욕하던 다른 모 대리 크게는 성추행을 당한 내 친구를 멍청하다며 내 앞에서 모욕하기까지 한 모 팀장까지.
세상은 요지경이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회초년생인 나에게 꿈에그리던 그 ‘롤모델’이라는 것은 찾기 너무나 힘들었다. 사회에서 잘해보겠다던 나의 의지는 저런 사람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며 약해져만 갔다. 어릴 때 위인전만 보고 커서인지 나에게 그런 완벽한 롤모델은 없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롤모델이 될 만큼의 완벽한 사람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생각이 든 것이 차라리 최악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면면만 피해도 중간의 사람은 되지 않을까 였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을 말도 안 되는 잣대로 깎아내리지 않는 사람, 자신의 동료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 범죄의 피해자를 욕보이지 않는 사람.
나는 태생이 인격적으로 잘난 사람이 아니라서 타인의 기를 살려주고, 기운을 돋게 하고, 좋은 리더가 되는 일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최소한 내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는 같은 부류에 엮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두 가지를 다짐했는데 첫째로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지적할 것. 둘째로는 다른 사람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방관하지 말 것. 왜냐하면 나도 언어폭력의 과정에서 방관의 피해자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공개적으로 ‘쟤는 싸가지가 없어’라고 말할 때, 듣고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해주었다면 나는 지금 겪고 있는 것만큼의 언어폭력 트라우마를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내가 되지 않아야 할 사람 리스트는 갈수록 늘어가고만 있다. 나의 이 안티-롤모델 리스트 업데이트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적어도 내가 다른 사람의 리스트에는 안 들어가게 살아야 할 텐데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