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참을 방황했었다. 나는 모든 방황을 내탓으로 돌렸다. 크고 작은 나의 실패들이 전부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자기혐오가 자라났다. 모든 불행은 거기서 시작한다. 나를 싫어하는 것. 나를 혐오하기 시작했을 때 나의 모든 것을 잃는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서른즈음 되었을 때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사해 한가운데 표류하는 한마리의 죽은 물고기였다. 태어나서 하루를 살아내는것. 아직도 몇년이나 남았을지도 모르는 끝없는 과제라는 점이, 기약이 없다는 점이 나를 더 지치게 했다. 눈을 감으면 이대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를 덮쳤다. 자꾸만 찾아오는 그림자 때문에 눈을 감는게 두려웠다.
나한테는 내일이 없었다. 오늘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벅찼다. 오늘 생각 나는건 오늘 했다. 내일 내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쓸데없는 일로 다른 사람과 각을 세우지 않았다. 내일 나는 없을 수도 없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몇초라도 이렇게 쓰기는 싫었으니까. 대신 그 시간에 내가 하고싶은 건 다 했다.
참으로 소용돌이 같은 아이러니였다. 나의 자기혐오는, 끝없는 우울은, 포기하고 싶은 나의 하루하루는 정신 저편에 진실에 대한 아집을 만들어냈다. 첫째, 진실된 하루를 보낼 것. 둘째, 진실된 삶에 가치를 둘 것. 셋째, 진실되지않은 것들에 시간을 보내며 상처받지 않을 것. 15년만에 나는 비로소 아가미로 숨 쉬는 방법을 배웠다. 억지로 살아낸 하루하루가 쌓여 다른 의미를 만들어 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방황하고 있고, 종착역이 어딘지도 모르지만 조그마한 용기로 또 내일을 살아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