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의 기분을 망쳐놓으려 해도 나는 오늘 기분이 좋을 것이다
세상에는 별별 사람들이 다 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 있으면 좋겠지만 마음속에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 남을 깎아내리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꽤나 많다. 그런 사람들은 내 삶 곳곳에 숨어있어서 부딪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나는 그럴 때마다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최근에 있던 일인데, 내가 MBA에 가게 되었다고 팀장에게 말을 하던 날이었다.
“팀장님, 어떻게 돼서 올해부터 MBA 교육을 좀 들으려고 합니다”
“응? 어디 가는데?”
“A학교에 합격했습니다”
“아 그래..? 근데 거기 나온다고 해서 그렇게 외부에서 인정받지는 못할걸? 등록금은 월급으로 감당 가능해?”
“...”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게 나에게 관심이 있고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인지 아닌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 그간 언어적, 비언어적 소통을 해왔기 때문에 한 문장을 들어도 무슨 뜻인지 파악이 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팀장의 말에는 ‘최근에 퇴사하고 싶다더니 학위 좀 받아서 이직하고 싶은가 보지? 네가 그래 봤자 네 능력으로는 이직하기 힘들걸? 내가 팀장일 동안 다니면 일 시키는데 방해만 되는 데.. 다닐 필요가 있어? 내가 평가를 낮춰야 되겠네?’가 함축되어있는 말이었다. 사실 나는 장학금을 받고 들어간 것이었고 2년 동안 관련 분야에 유명한 교수님이 있어 수업을 듣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그런데 한 번에 그 질문으로 1) 이직할 능력도 부족하고 2) 배은망덕하고 3) 업무에 방해되는 일만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남과 쉽게 동화된다. 그 미묘한 감정선을 알아차려 자신 또한 순간적으로 그 말을 믿게 된다. ‘나는 능력도 부족한데 돈만 낭비하고 있구나’. 팀장은 그 질문으로 미묘하게 내 기분을 망쳐놓았다.
팀장과 대화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하늘을 쳐다보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낀 것들이 진짜인지 의문이 생겼다. 팀장은 커리어 개발의 전문가도 아닐뿐더러 최근 나와의 사이가 좋지 않아 일부러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는데, 그 말을 순간적으로 진실처럼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남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기분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내가 항상 기분이 좋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 의해 나의 기분은 망쳐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누군가가 나를 의도적으로 낮추려고 하는 말이라면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은 언제까지나 그렇게 살 것이고, 내가 그걸 바꿀 수 없다. 대신 나는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을 것이고 그런 말 한마디에 내가 기분이 나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대로 좋은 학교에 갈 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고, 장학금을 받으면서 석사학위를 딸 수 있을 거고, 더 규칙적이고 충만한 삶을 기대할 수 있을 거니까. 일부러 나를 깎아내리려고 한 말은 나에게 결과적으로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깎아내리기 위해 머릿속으로 안 좋은 말들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부정적인 말들은 그 사람의 머릿속에 남을 것이고, 그의 건강한 마음을 좀먹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누군가 나의 기분을 망쳐놓을 때 나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나의 기분을 망치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나는 오늘 기분이 계속 좋을 거야. 오늘 머리도 잘 됐고 아침도 맛있게 먹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