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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yD Nov 20. 2020

비넬리의 디자인 원칙

디자이너가 지켜야 할 7가지 원칙들

추천의 글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꽤 심하게 오용되고, 남용되고 있는 사회에서 디자인 원칙에 대해 다루었다는 제목은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매력적인 기술과 화려한 기법에 매료되어 본질을 잃을 지도 모르는, 혹은 튼튼하고 견고한 디자이너가 되고싶은 학생 및 디자이너에게 추천한다.


책은  118페이지이나, 실제로 사진이 많이 삽입되어 있어 분량이 매우 적은 편이다. 책의 절반정도는 이론을 다루고, 나머지 절반정도는 곧바로 적용할  있는 타이포그라피 원칙이나 그리드 시스템 다룬다.  글에서는 후자를 생략했다.




저자, 마시모 비넬리에 관하여


왼쪽부터 비넬리의 아내 렐라와, 마시모 비넬리(massimo vignelli)

마시모 비넬리 massimo vignelli는 이탈리아에서 건축을 공부한 후 그래픽디자이너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이후 인테리어, 가구, ci, 패키지, 공예 등의 다분야에서도 두드러진 역할을 수행했다. 아메리카 에어라인 로고디자인, 베네통 로고디자인 등이 대표적이다.


주목할 만 한 점은 '건축가'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


서구의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상당수는 '건축'으로부터 시작된 경우가 많다. 여기서의 건축은 '구축물'을 총칭한다. 이 구축물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일 수도, 물품이나 기계 설비를 포함할 수도, 혹은 도시 자체일 수도 있다. 특히 사람의 행태가 일어난다는 관점에서의 건축은, 매우 까다롭지 않을 수 없다. 안전하고 견고해야하며 수많은 원칙을 병적으로 지켜낸 결과물 이어야한다. 집의 경우 수도와 전기, 등의 시설물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외부의 형태부터 사람의 손과 발이 닿는 부분까지 신경써야한다. 따라서 많은 지식이 요구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파밀리아 대성당의 경우 착공 이후 135년이 지난 현재까지 완성되지 않고 있다. 이 이상 걸린 건축물 역시 셀 수 없다. )


따라서 비넬리와 같이 건축가로부터 시작된 디자인은, 원칙에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땅에 건물을 짓듯 종이와 활자, 디바이스에 역시 엄격한 규칙이 부여되는 것이다. 이들의 특징은 오랜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들의 작업물이 가치있다는 평을 받는다는 것인데, 원칙을 기반으로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그 효용성이 두드러진다. 이 책에서는 비넬리는 본인이 굿디자인(good design)을 위해 지킨 규칙들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비넬리의 디자인 원칙



1. 항상 의미와 가치가 담겨있어야 한다. semantically correct


디자인 자체가 갖는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주제의 역사를 공부하거나 주변 상황에 대한 조사를 통해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하는 것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모든 요소에 존재이유가 있어야 한다. '왜'라는 질문에, '그냥' 이라는 답변은 비넬리의 디자인에서 납득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내가 학교에서 과제를 하며 느낀 점은, 디자인을 할 때 무언가를 '배치'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꽤 어렵다는 것이다. 단순히 위치를 조금 조정했을 뿐인데 분위기가 달라지거나, 완성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경험 때문인데, 비넬리의 관점에서 그러한 배치들은 좋아보이는 시각적 스타일링이 아닌,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따라서 더 어렵다.) 버튼의 모양이나 색깔, 혹은 사진과 함께 배치한 잡지의 글귀들의 위치와 폰트 선정 이 모든 것이 합리적이고 납득 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2. 전체와 부분간에 일관된 문법이 있어야 한다. syntactically consistent


중요한 것은 '일관된'이다. 디자인과 순수 회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용자의 유무'라고 믿는 편인데, 따라서 디자인에는 항상 '사용자 경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매일 신발을 신던 신발장이 갑자기 거실에 있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우리는 몹시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예시가 극단적이긴 하지만, 실제로 일관되지 못한 경험을 할 경우 사용자는 이처럼 혼란을 느낀다. 적극적인 사용자는 일관되지 않은 디자인에 '왜'라는 물음을 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용자에게 역시 궁극적으로 '좋지 않은 디자인'이라는 인식을 받게된다.



3. 궁극적으로 사용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pragmatically under-standable


비넬리에 따르면, 좋은 디자인은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스스로 명확하게 말을 하며 사용자들은 직관적으로 그 의도를 알아챌 수 있어야한다. 계획단계에서 이미 명확성이 두드러져야하고, 언어적 설명이 아닌 디자인 자체적으로 그 명확성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의 직관성은 wow-effect 처럼 보자마자 탄성을 지르게 만드는 '충격'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형태든, 재질이든, 배치든, 이미지든 모든 조화가 직관적으로 사용자에게 와닿아야하는 것이다. 목적이 바로 와닿는 것, 이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4. 지적으로 고상해야한다. intellectually elegant


여기서의 고상함, 우아함은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형태적 우아함이 아니라 지적인 우아함을 일컫는다. 이는 시대를 초월한, 7번째와도 연관된다. 지적 우아함과 감수성은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받고 통한다. 우리는 디자인에 그러한 가치를 담아낼 줄 알아야 한다.



5. 시각적으로 강력해야한다. visually powerful


위에서 언급한 지적 우아함의 표현 수단이 바로 '시각적 강력함'이다. 대비나 비율 변화로 인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주제에 집중하게 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실한 인상이다.



6. 시대를 초월해야한다. timeless


이는 오래쓸 수 있는 물건과도 연관된다. 저렴하지만 쉽게 망가지는 기성품을 자주 구매하는 신조와 전자제품의 짧은 교체주기가 만연해진 사회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가치이자 주목할 만한 원칙이다. 학교혹은 사회에서 디자인을 하다 보면, 현실적인 문제와 여러가지 타협점을 찾느라 가장 간과하기 쉬운 원칙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소모품이 아닌 소장가치가 있는 것을 생산할 필요가 있다. 이 것이 가치있는 문화라고 비넬리는 말한다.

비넬리는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지속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더불어 시각적 자극이 아니라 메세지 중심의 디자인에 노력해야한다. " 라고 덧붙이며 timeless design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마무리


7가지의 디자인 원칙은 유럽의 어느 건축물 처럼 견고하고 잘 설계된 디자인을 하도록 돕는다. 매체와 분야에 상관 없이, 이는 디자이너에게 좋은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작업을 하면서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옆에 두고 본인의 디자인을 점검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좀 더 가치있고 쓸모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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