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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호 Nov 27. 2020

문화는 우리를 더 인간답게 하는가?


 문화라는 말은 우리에게 참으로 익숙한 단어이다. 하지만, 당신에게 문화를 정의하라고 하는 순간, 당신의 생각은 꼬인 실타래와 같게 될 것이다. 이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으나, 그 내용이 너무나 막연하고 아득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꼬여 버릴 대로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 어떤 것을 통해 문화를 느낄 수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한국인은 쌀과 마늘에 미쳐있고, 다양한 음식을 집으로 배달시켜 먹는다. 성격이 너무 급해 삼겹살이 익는 시간도 기다리기 힘들어한다. 명절이면 친척의 눈치를 피해 방으로 숨어버리기 일쑤다. 게임은 또 어찌나 잘하는지, 외국인들에게 한국인 게이머는 숭배의 대상이다. 일본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떨며, 한일전만 열렸다 하면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응원에 동참한다. 앞서 나열한 내용은 모두 ‘한국인’을 이야기하는 대다수의 사람이 공감하는 우리의 ‘행동 양식’이며, 이것이 한국의 문화라는 것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문화란 사람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며 배워가는 행동과 습관이라 정의하겠다.      


 문화는 인간에게 있어 아주 좋은 도구다. 많은 사람이 같은 생활양식을 공유하며, 서로의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면식 없는 우리가 학연과 지연을 엮어가며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도 문화의 덕인 셈이다. 이렇듯 타인의 행동에 동화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생존 전략 중 하나이다. 우리의 DNA는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행위는 죽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문화라는 것은 우리를 정녕 인간답게 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먼저 인간이 다른 종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실, 난 이 질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개개인을 ‘인간’이라는 보편성에 끼워 맞추고자 하는 ‘뇌’의 욕심이 만든 고민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어떻게 보면 허상과도 같은 개념이다.     


 우리는 슬픈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멋진 주인공들의 스릴 넘치는 스토리에 몰입하여 2D 화면으로 펼쳐지는 세상에 빠져든다. 첫사랑 역할을 맡은 수지에게는 설레임을 느끼며, 악역 역할을 한 최민식에게는 왠지 모를 무서움을 느낀다. 하지만 사실 드라마는 배우들이 짜여진 각본대로 연기한 것일 뿐이고, 우리는 이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왜 드라마의 인물들이 허상인 것을 알면서도,  수지를 보면 가슴이 설레는 건가?


 나는 ‘인간’이라는 것도 우리의 관념에서 존재하는 하나의 허상이라 주장한다. 강의실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떠올려 보아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같은 말투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개개인으로서 인간은 모두 다른 생명체이고,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객체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특징은 ‘치킨을 맛있어한다는 사실’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다.     


 혹자는 인간의 보편적 윤리를 이유로 반박할 것이라 예상된다. 예를 들면, 살인, 폭력, 성매매와 같은 것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인간이기에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것’은 없다. 나는 국방의 의무를 위해 2년간 사람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죽일 수 있는지를 배웠다. 유럽에서는 성매매는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네덜란드에서는 마약조차 합법화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국가에선 이 모든 것은 사회를 이루는 데 큰 위험요소이기에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이런 모습을 봐왔기에 익숙한 것일 뿐이고.     


다시 ‘인간다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인간다움’이란 지극히 막연하고도 보편적인 개념이다. 그런데 이마저 결국 또다시 개개인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정의된다. 그렇기에 문화와 인간다움의 상관관계를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다. 그렇다면 어떤 관점에서 문화의 효용성을 판단할 수 있을까?    

 

나는 개인에게 있어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 문화는 우리 개인에게 있어 이 사회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디딤돌이며, 생판 처음 보는 사람과도 쉽게 유대감을 형성시키는 페로몬과도 같다. 이러한 과정에서 문화는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문화는 인간답게 만드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를 보다 ‘나’ 답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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