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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다 Dec 14. 2020

고마워, 마스크

오랜 'bmw출근러'인 나는 가방 안쪽 포켓에 늘 마스크를 넣고 다녔다.

지금이라면 경찰이 잡아갈 일이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지하철 안에서 입을 손으로 가리지 않고 기침/재채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그때도 그게 기절할 노릇이었다. 얼른 마스크를 꺼낸다. 그렇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몰지각한 그의 바이러스를 다 받아야 한다. 특히 그 사람이 내 자리 바로 앞이나 옆에 있을 땐 촉촉하게 분사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고 조금 떨어져 있더라도 지하철 환풍기 시스템에 의해 널리 널리 스프레드 된다.


마스크를 쓰는 게 뭐?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라 그게 일상이 된 지금 이런 얘길 하면 강렬하게 느껴지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땐 나만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무심히 지나치는 일보다 한 번쯤 쳐다보는 일이 흔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감기에 잘 걸리는 나는 이유를 곰곰 생각해봤는데 그냥 잘 옮는 것 같았다.

회사에서 누가 감기에 걸렸고 그 사람이 입막음에 주의하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유쾌하게 재채기를 해댄다 싶으면 그다음 환자는 나였다. 지병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일상 체력이 남들보다 유난히 처진다는 근거는 없는데 희한하게 감기 같은 것에 취약했고, 한번 걸렸다 하면 3년은 늙는 것 같은 X고생을 해야 끝나기 때문에 누구보다 예방에 열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올해 기록적으로! 감기에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12월 중순인 지금까지는. 아직은...)

인플루엔자(독감)도 봄철에 기승을 부렸지만 2020년 봄에는 상대적으로 크게 줄었다.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현황을 집계했더니 2020년 18주 차에 아데노·리노·사라 코로나 등 7개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감염병 입원 환자가 3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시기에는 2046명이 발생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감소 폭이다. 『라이프 트렌드 2021』중 (34p)


사람들과의 물리적 간격이 멀어지고

밥 먹을 때 같은 국그릇에 숟가락 담그는 걸 친밀함의 표시라고 여기지 않게 된 점.

이 모두가 나를 살게 했다. (아니 적어도 연중 감기치레로부터는 멀어지게 되었다)


면역력에 좋다는 웬만한 음식은 다 섭렵해본 사람으로서

마스크 한 장과 아름다운 거리(?)가 홍삼보다 비타민보다 탁월함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앞으로도 완전한 해방은 요원해 보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COVID-19이 종식되더라도 일상 에티켓으로서 힘들게 들여놓은 좋은 습관은

부디 주욱 이어졌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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