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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다 May 29. 2023

나는 고양이 편이지만

이틀 동안 내리던 비가 그쳤다. 사람들이 몰려나오기엔 좀 부지런 떨어야 할 타이밍인 대체공휴일 아침 9시, 젖은 풀과 흙냄새 가득한 공원으로 걸었다. 커피 한잔 마시고 스트레칭을 좀 하고 다음 코스로 이동해야지.


몸통을 돌리고 있는데 스나이퍼같이 납작 엎드린 치즈 빛깔 생명체가 꼬리까지 땅에 붙인 채 한 곳으로 뱀처럼 기어가고 있었다. 보는 나까지 '쉿'하게 만드는 집중력이며 응시하는 폼이 경이로웠다. 시선을 따라가 보니 아무것도 모른 채 비둘기가 뒤뚱뒤뚱 땅 위를 걷고 있다.

점점 가까워졌다. 저 냥냥이는 둘기를 잡아서 죽일 셈인가 아니면 그저 사냥놀이를 하려는 것인가, 아침부터 피는 보지 않기를 바라며 돌연 펼쳐질 동물의 왕국 <근린공원> 편의 결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때

나무 위에 있던 까치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거기에 까치가 있는 줄도 몰랐다) 기다란 나뭇가지를 날갯짓으로 떨어뜨렸고 비둘기가 놀라 후드득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까치는 다시 가지에 앉아 고양이를 내려다보았다.

오호라, 까치가 비둘기를 돕는다? 그것도 부리로 직접 쪼아대는 식이 아닌, 가지를 떨어뜨려(도구를 사용해) 경고한다? 까마귀 많은 제주도에 살 때, 잦은 관찰로 녀석들이 상당히 영리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우리 동네 까치도 제법이었다.


잠시 나무 위를 올려다보던 치즈냥은 기지개를 켜고 나랑 눈을 한번 마주친 후 가던 방향으로 갔다. 그 뒤통수에 머쓱함이 묻어있어 위로해주고 싶지만 그들의 먹이 활동에 나는 제삼자일 뿐이다.



마틴 스타초 독일 보훔대 교수팀은 새의 뇌 신경망을 추적한 결과, 새의 뇌 외피에 포유류 피질에서 발견되는 것과 비슷한 신경망이 존재하며 이 신경망 덕분에 새가 뛰어난 인지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5일 자에 발표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새 머리'라고 무시 마라 포유류 못지않다 - 조류 지각능력이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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