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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노는양슨생 Apr 26. 2021

너 그때 힘들었겠어. 많이 외로웠지?

다리 다친 후, 자꾸만 우울해지는 마음에는 이유가 있었구나

 마음이 복잡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자꾸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진다. 마음이 따뜻한 언니에게 내 불안한 마음을 살짝 내비쳤더니 바로 나를 위로해주는 말을 해준다.


'불안은 불안함을 더 키운다니까요. 심심하다 생각해요.'


'병가도 쓸 수 있고, 도와주는 남편도 있으니 얼마나 감사해요. 그동안 열심히 좋은 선택을 해서 누릴 수 있는 특권! 그 특권을 누려볼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해요.'


 정말 감사한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불안해진다.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찬 머리를 정리해볼까 싶어 '10분 명상음악'을 검색했다. 이 와중에 또 10분만 하겠다고 마음을 정해놓고 검색하는 나란 사람.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생각에 잠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입학 전 나는 슬개골 탈골 때문에 오른쪽 무릎을 수술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병원에 입원했고, 마치 로보캅 같은 보조기를 착용하고, 목발과 함께 학교에 등교했었다.

 

 운 좋게 외고에 입학했고, 특이하게도 1월에 학기가 시작되었다. 입학 적응기간이었으려나? 입학 전, 스키장으로 OT(오리엔테이션)를 갔다. 다리를 수술한 나는 당연히 가지 못했다. 다들 OT에서 친한 친구 그룹을 만들었다. OT에 참여하지 못한 나는 당연히 친구가 없었다. 다행히 같은 학원을 다녔던 한 친구가 옆반이어서 그 친구와 같이 급식을 먹었다. 등하교 때 목발 보행을 하는 나의 가방을 그 친구가 들어주었다. 학급 초기에 나는 친구가 없었다. 어디 돌아다닐만한 다리도 아니었고, 창밖을 바라보며 자리에만 앉아있었다.


 



 명상을 하는 동안 왜 이 생각이 났을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는데, 그때 내가 많이 힘들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름 고등학교 때, 댄스동아리도 하고, 쉬는 시간 신발 던지기를 하며 말괄량이처럼 놀았던 기억도 가득했지만 학기초, 다리가 다침으로써 서먹했던 교우관계가 내겐 꽤 힘들었다. 잊고 지낸 내 삶의 단편들이 명상할 때마다 떠올라서 신기하고 슬프다.


 다리 다친 후, 자꾸만 우울해지는 마음에는 이유가 있었구나. 

마음을 다잡고 행복한 위로를 받아도 자꾸만 울적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과거에 나는 다리가 다쳤을 때 많이 외롭고 힘들었었다. 여전히 관계 맺기가 어려운 나는 학창 시절 불편했던 교우관계로부터 서툰 인간관계 앞에서 자꾸 도망치게 된다. 나의 슬픔을 오롯이 바라봐주는 것도 나를 위로하고, 돌보는 과정이다.


 '너 그때 힘들었겠어. 많이 외로웠지?'


 이 한마디로 나의 마음은 평온해진다. 10분의 명상음악이 짧게 느껴지는 순간,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출처 : 유튜브 지금 라디오 채널



 '좌욕할 때 되게 아픈데 이거 들으면서 열심히 참는 중입니다..ㅠㅠ 좌욕 시간이 딱 10분이거든요'


 무방비상태에서 이 댓글을 보고 빵 터지고 말았다. 아놔...

 내 마음을 들여봐 주고, 다독여준 내게 선물 같은 웃음이었다. 삶은 이렇게 한순간에 울고 웃게 되나 보다. 다리 하나 다쳤는데, 왜 이렇게 슬픈 건가. 10년도 넘게 지난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라서 눈물 흘렸다가, 좌욕 댓글에 깔깔깔 웃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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