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ebook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원래는 종이책에 질감과 몰입을 사랑했는데, 잠이 오지 않는 밤 책은 영 손에 잡히지가 않더라. ebook에 가입해 재미있는 제목에 이끌려 읽은 책들의 재미가 얼마나 쏠쏠하던지. <작고 귀여운 나의 행복>이라는 책은 표지만 봐도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읽다 보니 밀리카라는 작가분이 궁금해질 만큼 공감 가는 내용에 푹 빠져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책 속에서 커피소년의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라는 노래가 나오는데, 궁금한 마음에 바로 검색해서 들어보았다.
'노래로 무슨 위로를 받을 수 있겠어!'라는 속마음이 불쑥 나왔다가 첫 가사에 눈물이 또르륵 나고 말았다.
누가 내 맘을 위로할까
누가 내 맘을 알아줄까
이 책의 저자이신 분도 이 노래를 통해 위로받았다고 했다. 나는 마치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이 가사 속에 다 있는 것처럼 들렸다. 하염없이 눈물이 나기도 하고, 이런 내 모습을 누가 볼까 급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요즘 나는 CPM이라는 재활운동기구를 대여해서 매일 3번씩 운동하고 있다. 무릎관절 운동기구인데, 침대 위 내 옆자리를 꿰차고 있는 중이다. 스스로 운동이 불가능한 나 같은 환자들이 지속적이고 수동적으로 관절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인데, 얼마나 아픈지 모른다. 나만 아는 아픔이랄까...
30도의 각도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90도를 넘기는 게 목표이다. 60도가 안되어 수술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눈물이 났었는데 이제는 90도를 목표로 하고 있으니 꽤 전진이 있었다.
이 재활운동은 5도씩 올릴 때마다 "아이쒸"라는 걸쭉한 추임새가 나온다. 그만큼 아프다. 30분 동안 누워서 다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동안 별에 별 생각이 다 난다. 어느 날은 초등학교 때 살았던 집이 생각이 났다. 반지하였던 그 집은 참 어두워 집에 들어갈 때마다 불을 켜는 나의 낭비 습관을 만들어준 곳이다. 문 앞에 있던 빨랫줄에 걸어놓았던 내 체크 반바지가 도둑맞았던 곳이다. 아픈 기억도 떠오르고 그때의 나의 모습이 어른거려 웃기도 울기도 한다. 다리 다 나으면 그 집 앞을 한번 가봐야겠다는 회복 후 to do list가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어느 날은 아이가 아침에 했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엄마, 나 꼭 구두 신고 가고 싶어"
"그 구두는 아프잖아. 저번에도 신고 갔다가 발뒤꿈치가 다 까졌잖아."
"엄마, 나 머리 가르마 타서 양쪽으로 묶고 따줘. 예쁘게 하고 가고 싶어."
"응 알겠어~"
"요즘 친구들이 나랑 잘 안 놀아준단 말이야.
구두도 신고, 머리도 예쁘고 묶고 가고 싶어. 친구들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단 말이야."
우리의 대화를 옆에서 듣던 남편은
"어린이집 들어갈 때, 신발은 벗고 들어가는데 구두를 왜 신고가?"
결국 그날 머리도 양쪽으로 묶고 가고, 발뒤꿈치가 까지는 구두도 신고 갔다. 그런데 운동하는 중에 아이의 마지막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요즘 친구들이 나랑 잘 안 놀아줘. 친구들에게 에쁘게 보이고 싶어."
이럴 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마음이 아프다. 묵묵히 기다려 주고, 바라봐 주는 것이 나의 몫이라 생각하며 다시금 운동에 집중한다.
또 어느 날은 한없이 내 신세가 처량하다. 이렇게 날 좋은 날 꽃구경도 못 가고, 여행에 미친 내가 거의 두 달이 다 되도록 집콕이니 말이다. 매일 아무 성과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불안하고 불편하다. 둘째 아이의 말을 빌리자면 "엄마 왜 이렇게 꼬질꼬질해"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아주 초라한 몰골이다. 우울했다가 또 이렇게 쉴 수 있는 기회가 다신 없을 거라며 만끽해야지 라는 마음이 들었다가 기분이 매일 널뛰기이다.
그러니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노래를 듣는 순간, 감성이 폭발할 수밖에...
내 인생 노래를 찾았다며 좋아하기도 하고, 노래의 댓글을 읽으며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한다. 그 마음을 다해 가사도 적어 내려 가며 괜찮다고, 내가 내편이 되어줄게 라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지치고 힘든 날, 남몰래 울기 좋은 노래 best 10곡'을 이어 듣게 되었다. 여기 나온 노래들도 좋았지만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만큼 큰 감동은 아니었다. 다른 노래 뭐 더 없나 라는 맘으로 바라보 핸드폰 화면 속 댓글에 나도 모르게 또 울컥했다.
오지랖 일지 몰라도 진짜 여기 온 사람들 빠짐없이 다 행복해졌으면
이럴 수가. 댓글에 위로받기 또 처음이다. 다리를 다치니 마음이 아주 콩알만 해졌다. 일희일비하며 주체할 수 없는 감정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겠다. 더 웃긴 건 이 모든 게 이 재활운동기구와 함께하는 순간일 때 더 그렇다는 것.
이렇게 갑작스럽게 무릎뼈가 부러진 일이 분명히 큰 의미가 있을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도 불안해하고 속상해하는 내게 건넨 한마디 일지 모르겠지만 그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혹시 내 인생 구석구석을 돌아볼 기회이려나. 그동안 돌봐주지 않았던 내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는 시간이려나.
오늘도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노래를 들으며, 무릎 재활운동과 함께 내 삶의 기억들로 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