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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 솜사탕 Jun 12. 2020

'웨 않되?' 록키호러쇼의 발칙한 반항

뮤지컬 ‘록키호러쇼’ 의 해방감, 그 짜릿함의 중독

뮤지컬 ‘록키호러쇼’가 2017년, 무려 9년만에 한국 무대에 다시 오른 후 잊을만하면 한번 더 한국무대를 찾아와주고 있다. 필자는 고등학생때 미국 뮤지컬드라마 '글리(Glee)'의 엄청난 팬이었다. 매일매일 글리를 정주행하던 그 시절, 어떤 에피소드 전체가 처음 보는 뮤지컬인 '록키호러쇼'에 대한 내용이었다. 화려한 분장과 귀를 사로잡는 넘버들에 매료되 나는 바로 '록키호러쇼'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 길로 바로 록키호러쇼의 덕후에 길로 들어섰다. 그 이후로는 영화와 넘버를 수없이 보고 들으며 한국 공연이 다시 돌아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었고, 마침내 재공연의 소식을 듣게 된 후, 망설이지 않고 바로 공연을 예매했다.


2017년 록키호러쇼의 공식 포스터 *사진 : interpark


개방적이고 기존 가치 체계를 완벽히 전복시키는 공연이라는 것을 알고 봤지만, 2017년 풋풋함 그 자체였던 나는 공연을 보고 나온 후 큰 충격에 휩싸인 기억이 있다.

‘내가 방금 본 공연은 뭐지?’

공연을 보고 나와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그도 그럴것이 공연 내내 일어나는 일은, 사실 그 일들을 말로 설명하는 행위 조차 가소로워 보인다. 양성애자가 살인을 저지르고, 남녀 구분없이 섹스가 이뤄지며, 인조인간이 춤을 추고, 외계인이 노래를 한다. 충격과 함께 이어진 다음의 질문은 이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공연에 사람들은 왜 열광하는 걸까?’

 완벽히 주류에서 벗어난 문화가 어떻게 해서 대중성을 가지게 됐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는, 여러 고민과 생각을 했다. 그를 통해, ‘사회의 금기를 깨는 데서 오는 젊은 세대의 해방감’이라 답을 낼 수 있었다. 뮤지컬 ‘록키호러쇼’가 전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또한 그 메세지가 사회상 안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해보고 그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써나가보고자 한다.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1973년에 런던에서 처음으로 공연에 오르게 된다. 공연이 올랐던 20세기에는 19세기부터 발전되어 왔던 이성중심의 사상과 그에 대한 반발심으로 가득찬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젊은세대 사이에는 전쟁을 겪고 히피족과 같은 자유사상으로 가득 차 기존에 있던 모든 질서에 저항하는 급진적인 개방적 태도를 보였다. 그 반면, 기성세대 사이에서는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이 생기기 시작하고, 기존의 가치관에 의해 ‘비정상적’이라 판단되는 문화를 비주류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쾌락을 위한 섹스’ 자체에 대한 금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그러한 기성세대가 규정한 금기들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발심을 완벽히 표현해냈다. 끊임 없는 쾌락과 본능에 이끌린 사건들로 가득 채운 ‘록키호러쇼’는 기존의 존재하던 사회적 틀을 깨며 젊은 세대가 갖고 있던 금기에 대한 회의감을 대변하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 남녀 뿐만 아니라 관객까지 쾌락의 세계로 이끄는 '프랑큰 퍼터' *사진 : entertainment-focus

 이러한 측면에서, 극의 주인공인 평범한 커플 브래드와 자넷은 관객과 동일시할 수 있는 인물이다. 브래드와 자넷은 폭우 속 길을 잃어 우연히 프랑큰 박사의 성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는 건장한 체격에 카터벨트와 코르셋을 입은 양성애자로 묘사된다. 브래드와 자넷과 마찬가지로 관객들은 프랑큰 박사를 처음 본 순간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그 후 프랑큰 박사의 행동이다. 프랑큰 박사는 브래드와 자넷 각각과 성관계를 맺으며 그들 내면 깊숙이 존재하던 원초적 욕망을 깨운다. 결국 브래드와 자넷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기존 가치관이라는 상피의 균열이 생김을 알아차린 후, 그를 부수고 쾌락과 욕망에 충실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관객들은 자기 자신 내면에도 사회의 벽에 부딪혀 좌절되었던 욕망들을 발견하게 되고, 자넷과 브래드가 해방되는 모습들을 보며 자신 또한 해방감을 맛본다. 예로서, ‘Rose Tint My World’를 부르는 장면에서 브래드와 자넷이 프랑큰 박사와 같은 코르셋과 가터벨트를 입고 “I feel released.”라 외치는 모습을 보며 저들의 파격에 대한 묘한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Rose tint my world! 망사스타킹과 코르셋을 입은 영화 속 인물들 / Rocky Horror Picture Show의 한 장면

 해방감으로 가득 찬 공연장은 더이상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 그 때문에 뮤지컬 ‘록키호러쇼’만의 특별한 공연 문화가 생겼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뮤지컬을 보러 가면 어두컴컴한 관객속에서 없는 사람 처럼 앉아 극을 관람한다. 무대 위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흘러도 관객은 없는 사람이다. 가끔 내면의 흥을 참지 못해 침묵 가득한 관객 사이에서 벌떡 일어나 뛰며 손뼉치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그럴 수 없었다. ‘금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완벽히 다르다. 환호하고 싶을 때 환호하고, 춤추고 싶을 때 일어나 춤을 춘다. 심지어 무대 위 인물에게 관객이 욕을 하거나 말을 걸기도 한다. 이와 같은 특별한 공연 문화 (콜백 call-back) 또한 공연이 주는 메세지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공연 내 인물들은 자신의 금기를 깨부수고, 공연 밖 관객들은 관객이라는 역할의 금기를 깨부수면서 그 희열을 나누는 것이다. 그 희열, 그 짜릿함이 아무래도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주력 요소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희열을 극도로 이끌어 주는 화려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들까지 함께 해준다면 마치 마약을 한 듯 엄청난 아드레날린이 피 속에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라이센스 공연에서도 시도한 콜백문화

 뮤지컬 ‘록키호러쇼’를 보고 나오며 나는 망사스타킹을 하나 구매하였다. 항상 사고싶었지만 학생이 상스러운 망사스타킹을 입고 다니는 것은 마치 금기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망설여졌었다. 하지만, 극을 본 후 나에게 되물었다. ‘왜 안돼?’ ‘록키호러쇼’가 나에게 준 용기이다. 기존 세대의 가치관에 도전하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내용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록키호러쇼’는 본능대로 욕망대로 행동해보라고 권유한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에 입에는 프랑큰 박사가 우리에게 주문처럼 속삭였던 대사가 계속 맴돈다.

‘Don’t Dream it. B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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