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의 시대
요즘 고민이 많다. 사실 나는 취준 준비생이다. 취준 준비생이란 취준을 준비하는, 아직 본격적 취준 시장에는 뛰어들지 않았지만 취준이라는 뜨거운 물이 몸을 담그기 전에 발 끝부터 조금씩 적시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뜨거움에 놀라지 않게 몸을 달래고 있는 상태랄까.
나는 사실 자신감이 굉장히 넘치는 사람이었다. 언제까지 그랬고, 언제부터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조금씩 줄어들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나는 학생 시절 때에도 성적이 줄곧 잘 나왔고, 대학교도 나름 이름값있는 곳에 들어갔고, 학점도 그냥저냥 공부하는데 남들보다는 높은 성적이 나오곤 했다. 자기 자랑 같지만, 또 자기 자랑이었던 요소들이지만, 지금은 자랑이 절대 아니다. 절대.
왜냐하면, 저런 요소들로 나를 어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부족이다. 세상에 나 같은 좋은 대학 나온 사람 넘치고, 성적도 나보다 높은 사람이 넘쳤다. 나름 나 정도면 회사에서 뽑을만한 인재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큰 오산이었고 자만이었다. 얼마 전에 그걸 깨닫고 요즘 노력 중인 게 있다.
나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나의 장점과 특성들을 어떻게 남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그냥, 나는 밝고요!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싱크빅 그 자체예요!라고 아무리 외쳐봤자 요즘은 들어줄 사람 하나 없다. 또, 나는 이 분야에 진짜 덕후예요! 진짜 저만큼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 찾기 힘들걸요!라고 백번 나를 어필해봤자, 그걸 증명할 길이 없으면 공중에 떠다니는 영양가 없는 어필과도 같다.
그래서 고민이 됐던 거다. 나는 그냥 나에 대해 내가 잘 알고 있으면 진심이 보이겠지. 내가 진짜 창의적인 사람이라는 거 알게 되겠지! 결국 그렇게 되겠지! 라며 엄청 나태한 생각을 해왔다. 근데 그러면 안됐던 것이다. 그러면 어떤 수단으로 나를 증명할 수 있는가?
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했다. 아무리 사유하고, 어떤 분야에 고민을 하고 많은 관심을 가졌다 해도 흔적이 없으면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브런치로 흔적을 남기는 거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해왔고, 이런 흔적을 남기며 이 길을 걸어왔다는 걸 남기고 싶었다.
구독자 수가 늘든 말든, 누가 봐주든 말든 상관없다.
그냥 나의 하루하루가 날아가지 않게.
나를 잡으려고 쓴다.
멋진 사람이 되어야지!
cf. 물론 브런치 말고도 자격증도 따고 경력도 많이 쌓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