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한국에는 안 들어왔어요. 비행기 타야 볼 수 있어요.
대학생은 지금 기말고사 기간이다. 근데 기말고사 기간의 특징은, 기말고사 이외의 항상 미뤄온 모든 일들을 하고 싶어 진다는 것이다. 마치, 브런치 글쓰기와 같은...
그래서 오늘은 요즘 뜨고 있는, 아니면 이미 빅히트를 친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그중에서 하이틴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특징을 파헤쳐보고자 한다. 하이틴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무궁무진하게 많지만, 그중에서 대표작을 뽑아보자면 'Dear Evan Hansen', 'Be More Chill', 'Heathers', 그리고 'Mean Girls'가 있겠다.
이 네 뮤지컬은 서로가 다 닮아있다. 또, 뮤덕이라면 무조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뮤지컬들이다. 이미 해외에서도 엄청난 덕후몰이를 하고 있다. 유튜브에만 검색해도 덕후들이 만들어놓은 애니메이션 영상이 넘쳐나고, 표를 구하려면 적어도 3달 전부터 기다려야 한다는 후문 또한 존재한다. 한국에는 아직 들어온다는 소식이 제대로는 없다. 왤까, 한국에는 아이들이 중심인 뮤지컬, 하이틴 뮤지컬이 잘 안 통하긴 한다. 그 때문일 수도.
이 넷 뮤지컬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내용 소개를 해주겠다.
1. Be More Chill
스포 수준의 소개는 하지 않겠다. 나는 이 뮤지컬을 작년 봄에서 여름을 들어가는 시점, 막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브로드웨이에 들어왔을 시점부터 관심 깊게 보게 되었다. 보는 순간, 아, 이 완벽한 클리셰를 따르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재미란... 마치 Guilty Pleasure이랄까...
흔히 말하는 찐따인 '제레미'가 주인공이다. 여기서부터 이미 드러나는 하이틴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특징. 찐따 제레미는 잘 나가고 싶다. 그러던 중 잘 나갈 수 있는 모든 행동 지침을 알려주는 슈퍼컴퓨터 스큅(Squip)을 머리에 심게 되고, 그가 알려주는 방식대로 행동하고 말한다. 그의 방식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니 달라지는 제레미를 대하는 친구들의 태도. 자기가 잘 나갈수록 유일하게 친구였던 마이클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스큅은 점점 제레미를 지배하게 된다. 그러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뮤지컬의 스토리라인의 주축이 된다.
2. Mean Girls
'Mean Girls'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방법'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 어떻게 보면 하이틴 영화의 기본 클리셰를 만들어낸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브로드웨이에 들어오자마자 엄청난 팬덤을 모았다. 기본 영화를 좋아하던 팬들과 새로운 10대 팬덤까지 합세해 큰 인기를 몰고 있다.
'Be More Chill'의 제레미만큼은 아니지만, 막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이사를 온 '케이디'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유행도 모르고, 다른 10대 친구들이 어떻게 노는지도 잘 모른다. 꾸미는 것도 별로 관심 없는 그녀는 순수 그 자체. 그렇게 학교에서 방황하던 중 재니스와 데미안을 만나 친구가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재니스의 숙적이며 학교를 지배하고 있는 공주 그룹 'The Plastics'의 일원이 된다. 재니스는 이 기회에 케이디와 함께 'The Plastics'의 우두머리이며 학교의 왕비벌인 레지나 조지를 끝장낼 계획을 꾸민다. 그 계획을 하나하나 이뤄가며 일어나는 사건들이 뮤지컬의 중심이 된다.
3. Dear Evan Hansen
누가 나한테 2010년 이후 브로드웨이에서 제일 히트 친 작품이 뭐냐고 물어보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디어 에반 핸슨!'이라 답할 것이다. 무조건.
그만큼 하나의 센세이션이 되어 브로드웨이를 휩쓸었던 뮤지컬이다. 지금도 휩쓸고 있다. 웨스트엔드까지도 휩쓸고 있다. 한국에 들어오길 바라는 한국 팬들도 상당히 많다. 만약 어떤 회사가 'Dear Evan Hansen'의 라이센스를 만든다고 소문이 돌면, 주식을 사놔도 좋다. 분명, 크게 이슈가 될 것이다.
'Dear Evan Hansen'의 주인공은 에반 핸슨이다. 그 또한 앞서 설명한 두 개의 뮤지컬과 비슷하게 학교에서 어디에도 어울리지 못한다. 사회 불안 장애에 시달려, 병원 상담까지 다니는 학생이다. 또 다른 등장인물인 코너 또한 학교에서 어디에도 어울리지 못하지만, 에반과는 달리 폭력성이 그 원인이다. 에반이 치료 목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쓰던 편지가 우연히 코너 손에 들어갔고, 그 후 코너는 완만하지 못한 가족 관계에 시달리다 자살을 하게 된다. 조사 중 발견된 에반이 자기 자신에게 쓴 그 편지가 마치 코너의 유서처럼 여겨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4. Heathers
아, 헤더스를 여기 이렇게 소개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아직 브로드웨이에는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 오프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서만 올린 이력이 있다. 필자의 최애 뮤지컬 중 하나이다. 학교 동아리에서 공연을 올리게 되어 알게 됐고, 그 후로도 꾸준히 덕질 중이다. 이건 진짜 한국 들어오면 좋을 텐데... 한국에 들어온다면 제작에 참여하고 싶다. 그러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이것도 똑같이 브로드웨이의 하이틴 뮤지컬 법칙을 따른다. 잘 어울리지 못하는 주인공 '베로니카'는 우연히 학교를 지배하고 있는 공주 그룹 (어디서 들어본 말이지?) 'Heathers'의 일원이 되게 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적, 이 세상은 지옥,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모든 사람은 죽어야 돼'라는 신조를 가진 JD와 베로니카는 서로 사랑에 빠지고, JD의 은밀한 계획으로 그들은 여왕벌 헤더 첸들러와 멍청이 일진들 램과 커트를 죽이게 된다. 하이틴에 살인이라니, 엄청난 설정이다. 그렇게 JD의 세상 몰살 계획과 그에 대해 반응하는 베로니카의 스토리가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그럼 이 네 개의 하이틴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클리셰적 특징은 뭐가 있을까?
무서운 학교, 어딘가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인공, 갑자기 잘 나가기 시작, 위기, 그리고 어쨌든 해피엔딩
네 뮤지컬 모두 학교가 엄청 무섭다. 때리고 괴롭히고 따돌리고. 뚱뚱하다고 따돌리고, 말 더듬는다고 놀리고. 미국 학교의 현실이 진짜 이런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많은 뮤지컬들이 그런 것을 보니 학교 폭력이 미국에서는 풀어야 할 문제로 남아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 학교에서 주인공은 어딘가에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적응을 어려워하는 모습이 나온다. 적응을 잘 못하다가 어쩌다 잘 나가는 무리에 끼기도 하고, 아니면 어떤 수단의 도움을 얻어 잘 나가게 되기도 한다. 잘 나가는 무리에 끼려고 유행을 따르고 또래 아이들의 행동을 따라 하다가 자기 자신을 잃기도,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잃기도 한다. (디어 에반 핸슨은 이런 클리셰가 적어 더 히트를 친 것일 수도 있다. 에반 핸슨이 유행을 따르려고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에반 핸슨이 하나의 유행이 되는 편. 뭐 '내 깁스에 사인해줄래?' 정도는 애교로 넘기자.) 그걸 깨닫고 주인공은 반성하고 자기 모습으로 돌아온다. 소중하던 친구에게 화해를 청하고, 세상에 메시지를 던지는 막곡과 함께 해피엔딩으로 극이 마무리된다.
이러한 클리셰적인 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엄청나게 열광한다.
왜냐면,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열광하는 걸로 학생들이 얼마나 인간관계에 어려움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애쓰고, 자칫하면 무리에서 떨어져 나갈까 봐 노심초사하는 기분. 사실 학생일 때에는 그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뭔가 나는 사회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만 같고. 나만 뒤떨어져 있는 것 같고. 사실 지금도 느끼는 듯...
그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 전해주는 극의 주된 메시지. '너 그대로여도 괜찮아. 잘 적응 못해도 괜찮아. 너 자체로 소중해.'가 극을 보는 사람들에게 주는 위로가 되어 가슴을 울린다. 그걸 좋은 넘버로 함께 들으면 더 가슴을 울린다. 온 진심을 다해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사람들은 열광을 하는 것이다.
뭔가 사람들에 치이고, 사회에 치였다면 한번쯤 위 뮤지컬들을 들춰보길 추천한다.
<Dear Evan Hansen> 'Waving through a window'
<Heathers> 'Seventeen Reprise'
<Mean Girls> 'I'd rather be me'
<Be More Chill> 'Michael in the bathroom'
을 추천하며 나는 이만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