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섭 Mar 26. 2021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께 (개별화 회의 때)

초1 개별화 회의 때 아이 담임선생님께 쓴 편지



민준이의 경우 일반 adhd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의사 소통 장애, 운동신경의 부족,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정상인처럼 다양한 신경 호르몬이 제때 분비되지 않아서 자신의 의지나 학습으로는 어쩔 수 없는 고각성 상태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평생 이런 장애를 가지고 갈 수 있다고 하며 정상 아이들과의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얼마나 긍정 피드백을 많이 받으며 학습과 치료를 받냐에 따라 정상 아이로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소아정신과 선생님들의 처방은 약물 치료와 심리·사회성·그룹치료입니다.

각성을 잡기 위한 약물 치료는 몇몇 치료사 선생님들의 반대로 하지 않고 대신 합기도, 등산,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추론하는 사회인지능력을 위해 심리·사회성·그룹치료는 꾸준히 해 왔습니다.


밝고 에너지 넘치는 민준이 안에는 1) 거절에 대한 두려움과 2)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합니다.


1. 또래 아이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같이 관심을 공유하고 싶어 하지만 그동안 받아온 거절의 아픔으로 쉽게 다가가질 못하여 주변을 배회합니다.

민준이와 같은 아이들은 상대방의 신체적, 정신적 의도나 바램을 이해하고 추론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결국 또래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관계 형성의 어려움과 거절의 두려움으로 양극성 장애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2. 여러 치료사 선생님들의 공통된 의견 중 하나가 민준이는 잘할 것 같은데 끝까지 못하고 쉽게 산만해진다고 합니다. 보통 민준이 같은 아이들은 자신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주의를 기울여 집중해서 시작한 일을 끝내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아예 포기하고 의지하려고 하거나 본인이 하고 싶은 것만을 하려고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생기는 자신 자신의 실망감과 타인의 비난은 낮은 자아존중감과 수치심이 강한 정서를 만든다고 합니다.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부모가 떠난 뒤 아이의 삶입니다. 가장 든든한 응원자인 부모가 발달장애 아동들에게 유일한 쉼터이지만 영원한 쉼터는 아닙니다. 본인 스스로 낮은 자존감과 수치심을 이겨낼 수 있는, 타인의 차별을 외면이 아니라 반사시킬 수 있는 든든한 감정의 갑옷을 만들어야 되겠지요.


부족한 우리 민준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처음 개별화 회의 때 미리 편지를 준비해 갔다.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편지를 받은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그리고 민준이에게도 평생 기억될 만한 분이셨다.

다시 한번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다.


선생님의 노력이  민준 안에 기억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