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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섭 May 23. 2021

천근아 교수를 만나다(1)

세계 100대 의학자를 3년 대기하고 만났다

“나무 그려 볼래?”


“그게 나무야? 그 밑에 있는 게 뿌리야? 조금 더 잘 그릴 수 있어?”


아이는 다시 정성껏 나무를 그렸다.

약간 더 섬세하게 그렸다. 형태도 제대로 그리고 꽃도 그렸다.


“이렇게 기다려주고 다시 기회를 주니까 더 잘 그린다는 것은 아이에게 불안이 있다는 거예요.”


“나무는 무슨 생각할까”

“날씨가 좋다는 생각이요”


“나무는 어떻게 세지?”

“...... 그룹?”

“그루라고 세는 거야”


“나무의 꿈은 무엇일까?”

“냄새 맡는 거요. 꽃 냄새도 맡고 흙냄새도 맡고”


“너는 꿈이 뭐야?”

“기관사요”


“꿈이 있다는 건 뭐가 좋아?”

“......”


“꿈이 있는 거랑 없는 거랑 무슨 차이가 있어?

꿈이 없으면 어때?”

“그냥 뒹굴르르...”


“꿈이 있으면?”

“꿈이 있으면요. 그... 그...”


“꿈이 있으면 열심히 노력하게 될 거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지.”


교수님은 3년을 대기하고 온 우리를 정성스럽고 여유롭게 봐주셨다. 쉬운 질문부터 난이도 있는 질문을 하며 아이의 대답을 통해 아이의 상태를 날카롭게 파악하였고 자신의 판단을 말씀하셨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며 오랜 기다림이 헛되지 않아 뿌듯했다.


집에 도착해서 아일 퇴근해서 기다리고 있던 아내에게 맡기고 3시간 정도 잤다.


이분이 왜 세계 100대 의학자에 뽑혔는지 알 수 있었다.


1. 가져간 자료를 꼼꼼히 살핀다(2년 넘은 검사 자료임에도)


2. 본인이 답을 찾을 때까지 아이에게 질문을 한다.


3. 제일 중요한 건 본인이 판단한 결과를 눈치 안 보고 말씀하신다는 것이다. 다른 의사분들은 대체로 검사 결과를 토대로 말하지만 이 분은 본인이 판단한 견해를 가감 없이 말씀하신다. 현재의 상태, 미래, 치료 방향, 학교생활 등 본인이 생각하는 건 다 말씀해 주신다.

틀리든 맞든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약간 애매할   빼거나 툭하면 검사하자고 하는 분들도 계시지 않는가?


4. 진료비가 합리적이다. 천근아 교수님의 진료는 두 가지 방법으로 예약할 수 있다. 소아정신과로, 발달 클리닉으로 할 수 있는데 어느 경우든 빠른 것을 예약하면 된다. 둘 다 진료비는 합리적이다.


5. 아이 앞에서 장애인이나 발달장애  아이에게 상처되는 말씀을 안하신다. 간혹 아이가 듣는데도 지적장애, 발달장애 또는 어디가 아파서 왔냐 등등 직접적으로 말씀하는 분들이 셔서 당황한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교수님은 아이를 내보내고 내게 본격적으로 병에 대해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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