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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전초이 Jul 12. 2020

그래도 전공의 시계는 돌고 있다. 3년째...

아직 갈길이 멀다만...

외과 레지던트 3년차.


이제 1, 2년 차 때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도 벗어났고

인턴 1년과 레지던트 2년을 지낸


병원 생활 무려 4년째인, 약간의 관록(?)이 생길만한 연차이다.



내가 갓 외과 1년 차가 되었을 때

3, 4년차 선생님들은 

꽤나 큰 거리감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군대 생활도, 회사 생활도, 병원 생활도(!),

인간관계는 모든 게 복불복일 것이다.


내 윗 사람으로 어떤 캐릭터의 사람들이 있느냐가

나의 추후 그 조직 내의 생활의 QOL이 결정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나의 병원생활 군번(??!)은 꼬였다.


총 4명의 3년차 선생님들은

각각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주었는데


한 명은 만사 귀차니즘과 일하기를 매우 싫어하여

아랫 사람에게 모든 것을 시키는 그런 종류의 캐릭터였고


두 번째 선생님은 톡식한(toxic, 독한) 캐릭터로

뭔가 하나 잘못한 게 걸리기만 하면 잡아먹기라도 할 듯한 자세로

아랫 사람을 혼꾸멍 내는 그런 스타일이었으며


세 번째 선생님은 시크함과 톡식함을 동시에 가진

아랫 사람들과는 인간적으로 교류하려는 의지조차도 없는

본인만 아는 그런 분이었고


마지막 선생님은 흠,, 말이 필요없는 노답 캐릭터였다.

(추가 설명을 하자면 모든 의국원들이 싫어하는,,

많이 답답하기도 하며 뭔가 알 수 없는 독특함으로

같이 일하는 아랫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군대로 따지면 ‘고문관’스타일이었다.)



이런 사람들 아래에서..

나는 2년을 버텨낸 것이다..!!

돌이켜보니 새삼스레 내가 정말 자랑스러워진다.



1년차 때 봤던 3년차 선생님들은

같은 파트를 돌며 일할 때 

1년차의 바로 위에서 환자를 같이 봐주는 역할을 하며

1년차를 교육하고 도와주며

중환이 생겼을 때 환자를 매니지해야 하는 그런 중요한 임무를 맡아야 했었다.



사실 1년차 때 보는 윗년차 선생님들은

‘아, 난 힘들어 죽겠고 할 일도 많이 죽겠는데

니들은 뭐하는데 이렇게 띵가띵가 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존재였다.(ㅎㅎㅎ)



이제, 내가 3년차이다.

흠, 기본적으로 1년차보다는 편하다.

하지만 결코 그렇게 편하지는 않다.


출근 시간은 더 이르다.

(정말 꼭두새벽에 출근한다.)

환자 파악을 더 제대로 해야 하고

교수님은 나를 더 신뢰할 것이기에

놓치는 것 없이 더 완벽하게 일처리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방에도 자주 들어간다.


그 말은 즉,

하루 종일 수술실에 서서 수술보조를 하며 배우고

병동 환자들 파악과 관리는 또 따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환자가 한 명, 두 명 늘어나면

수십명의 환자들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중환이 생기면 교수님께 notify하고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하며

그 와중에 수술실도 커버해야 한다.



흠, 꽤나 만만치 않은 업무다.

1년 차 때는 연차가 올라가면 그저 좋을 것만 같았는데


사실, 좋기도 하지만

딱히, 그렇게 좋기만 한 것도 아니긴 하다.



마치 군대같다.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돈다.’라는 말처럼


그래도 4년짜리 전공의 시계는 돌고 있다... 3년째...


많이 온 것 같은데, 아직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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