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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 SEAN Oct 03. 2023

[에세이] 내 일하며 잘 살기 (5)

천국과 지옥

정말, 파란만장한 2023년이다.


올해가 시작될 때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쏟아져 나와 나를 한껏 두드리고 달아나고 있다.


그렇게 벌써 10월인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한숨을 한번 내뱉고 나면 아직도 2023년이야? 라는 한탄 섞인 넋두리가 자연스럽게 새어 나온다.


참으로, 많은 일이 지나고 있는 2023년.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로 살며, 사업을 시작하고, 스토어를 운영하고 플랫폼까지 구상하면서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꽤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 라는 지점의 끝자락을 살짝 맛보기도 했다.

그리고,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도, 인생의 그 어느 순간보다 뼈저리게 느끼는 요즈음이다.


최근 2주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정말, 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일어났고 지나갔다.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그간의 심경을 미약하게나마 대변할 수 있을 듯하다.


지옥은 정말 있었고, 그걸 어느 정도 경험한 뒤에야 원래 있던 곳이 천국이었구나, 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현재를 소중히 하라는 말은 괜한 잔소리가 아니었다.


내가 그동안 꿈꾸어 왔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렸고, 준비되지 않았던 나는 냉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뼈 아픈 경험이다. 마음만 앞서는 무능한 자의 처참한 말로랄까.

폭풍우를 향해 배를 몰겠다고 마음먹었다면, 희망찬 낙관과 단순한 노력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음이 뻔하다. 눈앞의 작은 성취나 들뜬 마음만으로는 폭풍우를 이겨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상황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폭풍우를 마주하고 넘기 위해서는 모든 짐을 버리고, 목숨을 건 채로 뒤집어진 배 밑으로라도 기어들어갈 각오는 되어 있어야 했음에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폭풍우를 마주하기로 결심했지만 시간, 공간, 금전 등 그 어떤 자원도 내게는 너무 부족했다. 나의 분명한 패배였다.


불행히도 아직 숨이 붙어 있기에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다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떠다니는 나뭇조각을 수습하고, 다시 배를 만들어 노를 저어 가야 한다.


다시 한번 폭풍우를 향해 달려들지, 햇볕이 내리쬐는 밝은 땅으로 우회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방법은 너무도 안일했다는 것만큼은 자명하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렇게 된 김에 나의 삶에 작은 변화를 주기로 했다.


인생이 답답하고 막막하다면 학습을 하라, 는 것이 내 삶의 작은 모토다.


모든 것이 사라진 현재로서는 하나씩 다시 쌓아가야 하니, 어쩌면 새로운 걸 시작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거리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전에 없던 학습을 위해 있던 곳에서 잠시 떠나 있기로 했다.

 

다시 돌아올 날에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기를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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