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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 SEAN Nov 05. 2023

[생각] 감정 객관화

최근 10cm 노래를 자주 들었다.


노랗고 붉은 낙엽들이 하염없이 데굴데굴 거리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지겹도록 바라보다가

알 수 없는 시기와 질투가 들끓을 때면


별 수 없이,

10cm, 잔나비, 카더가든, 짙은... 이다.


나는 사실, 10cm의 노래는 몇 곡 따라 부르지 못한다. 음색이 잘 맞지 않는다. 바이올린 같은 청아한 목소리는 듣는 것만으로 족하다. 굳이 아름다운 곡을 소음으로 해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10월의 날씨는 그동안 참 많이 들어왔고, 매 가을이면 한두 번씩 꼭 흥얼거렸던 노래다. 이 곡이 발매됐던 2015년의 가을도, 돌이켜 보면 참 어려운 가을이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던 낯선 곳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일을 하며, 데굴거리는 낙엽과 높디높은 하늘 사이에서 남몰래 한숨을 돌리던 나날의 순환이었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던 그때를 지날 때도 꽤 만만치 않다는 체감은 있었지만, 간만에 돌아봐도 여전히 참 쉽지 않았다는 실감이 남아 있다.


아마 지금의 시기도 훗날 비슷한 모양으로 기억될 듯하다.


그때 아련한 마음은 가슴에 안고, 얼굴로는 한껏 미소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10cm - 10월의 날씨
빗물이 내리면 눈물이 흐르는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이 가사가 유독 귀에 들어온 건 이번 가을이다. 그동안 한쪽 귀로 들어와 반대쪽으로 흘러나가던,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대목이다.


빗물이 내리면 눈물이 흐르는 사연.

그래, 그게 어떤 건지 이젠 조금 알겠다.


근데 그걸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고?


그런 게... 인생이라고?


참...

씁쓸해진다.


나만 그런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게 아니었구나. 굳이 말하진 않지만, 누구든 마음속 바늘 하나쯤은 안고 살아가는 거구나.


제멋대로 날뛰다 넘어져 무릎이 까진 예닐곱 살 아이 같다. 그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사람이 되어 운다. 자기가 느끼는 아픔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인 줄 안다.


나는 한층 객관화된다. 고통스러운 진실을 마주한다.

  

끝없이 되풀이되던 감정의 굴레에서 조금은 헤어 나와, 정말 해내야 할 것만을 명료하게 떠올린다.


어려운 건 맞지만 힘을 내야 한다. 약속과 책임이란 건 원래 무거운 거니까. 그래서 더 값진 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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