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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랑 Sep 30. 2022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음악이 주는 힘

딸이 유튜브에서 들었다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딸이 매일같이 흥얼거리는 저 노래는 도대체 어떤 곡일까? 정확한 가사라도 몇 소절 불러주면 쉽게 찾을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딸과 계속해서 궁금해하는 나.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딸은 기어코 그 곡이 흘러나왔던 영상을 찾아내 들려주었다. 가사로 검색을 해보니 '21학번'이라는 가수 <스티커 사진>이라는 노래다.


눈 감고 찍은 사진 장난스 표정

하나 둘 셋 하고서 손가락 하트

둘이서 연습했던 시그니처 포즈

꽃받침 속 너와 나 빛나고 있어

 

노래가 대학 새내기 커플의 모습을 연상시키듯 밝고 예쁘고 상큼했다. 후렴구 가사가 입에 착착 붙어 딸과 함께 들으며 금세 외웠고 우리 둘의 열창이 반복되었다. 02학번인 나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을 간다면 33학번이 될 네가 수시로 흥얼거리는 21학번의 노래라니. 부르는 내내 기분이 좋았고 부르고 나서도 좋은 기분이 유지되는 좋은 노래를 알게 되어 좋았다.


매일같이 <스티커 사진>을 듣고 부르다 보니 딸과 함께 신나게 부른 다른 노래가 몇 곡 더 떠오른다. 가까운 과거 거슬러 올라가면 MBC 예능 프로그램인 <놀면 뭐하니>를 통해 만들어져 올여름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던 'WSG워너비' 노래 중 <보고 싶었어>가 그중 하나이다. 우연히 보게 된 프로그램에서 예쁜 언니들이 많이 나오고 그 언니들이 노래까지 잘하고 노래마저 딸의 취향을 저격하고 말았다. 유튜브 음성검색으로 노래를 찾아 듣고 종이에 가사를 써 달라는 부탁까지 했었다. 얼마 전엔 외출 직전 딸이 아빠의 말을 오해하고 눈물까지 보이며 단단히 삐친 적이 있다. 아빠의 거듭된 사과에도 기분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대로 차에 올라타 살짝 얼어버린 차 안의 공기를 훈훈하게 데울 필요가 있었다. 나는 딸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 놓고 신나게 따라 불렀다.


보고 싶었어 사랑했던 그때의 너와

네 곁에 그리고 나 널 바라만 봐도 눈물 나게

마냥 좋았어 너에게 못다 한 그 말

조금은 늦었겠지만 아직 널 사랑한다고 말야

라라라 라라라라랄랄라 라라라라랄랄라

보고 싶었어

라라라 라라라라랄랄라 라라라라랄랄라

너도 내 맘 같기를


'네가 이 노래를 듣고도 계속 저기압인지 보자'라는 심정으로 노래를 불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급기야 '조금만 조용해 달라'고 사정할 정도로 금세 본래의 기운을 되찾았다.


조금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OST <말해! 뭐해?>도 있다. 딸을 재우고 본방 사수하며 시청하다 '케이윌'이 부른 그 노래에 말 그대로 꽂혔고 하루 종일 듣다 보니 두 돌도 안 된 딸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부정확한 발음으로 애쓰는 모습이 귀여워서 일부러 불러보라고 시키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밖에 어린 친구들도 많이 알고 있는 '지코'의 <아무노래>, '이무진'의 <신호등>등 딸과 함께 열창할 수 있는 노래가 몇 곡 있다. 딸과 함께 부르다 보면 둘째인 아들도 자동으로 흥얼거리다가 "엄마, 들어봐." 하며 후렴구를 곧잘 따라 부르곤 한다. 아직 남편까지 함께할 수는 없지만 우리만의 노래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게 참 좋다. 노래가 주는 힘이 분명히 있는 것을 알기에 딸도 훗날 엄마와 열창했던 순간의 공기를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 공기를 간직하고 싶어 엄마가 글로 남겨 놓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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