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앞두고 이 정도면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몸이 여기저기서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몸만 잘 돌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고민이란 것이 시작됐다. 왜 신경 쓸 일이 갑자기 많아지나 의아해하며 진지와 우울을 넘나들고 있는데 위로가 됐던 건 또래의 남편도, 친구도, 육아 동지도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몸이 아픈 거야 전문의를 만나고 운동을 시작하면 어느 정도 해결되지만 고민은 달랐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내가 이 꼬리를 잘라내지 않으면 두고두고 나를 괴롭힐 게 뻔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계속 머물 것인가 VS 변화를 시도할 것인가
나의 고민은 둘째한테 유치원비 외에 학원비가 들어가기 시작한 작년부터 시작되었다. 앞으로 아이들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불어날 테고 머지않아 남편 외벌이로는 감당하기 힘든 시기가 올 것이 분명하니 이제는 정말 내가 나서야 하는 때라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 어플을 설치해놓고 집 주변으로 하루에 서너 시간이라도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를 살폈으나 아이가 코로나와 감기에 걸리자 이마저도 사치인가 싶었다. 당장 매일 출근할 곳을 찾기는 어렵고 막연하고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실행에 옮겨야겠다는 결심에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방문해 내일배움카드를 만들고 구직 등록도 했다. 고용노동부 HRD-Net, 경기도일자리재단, 워크넷 등을 통해 오전 시간에 배울 수 있는 강좌가 있는지, 혹시 내가 원하는 조건의 일자리가 있는지를 찾아보았다.
이런 나를 지켜보던 남편은 아직은 아이들한테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니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블로그나 유튜브를 시작해 보라고 했다. 누구나 시작할 수는 있지만 수익으로 연결시키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인데 아내를 높이 평가해 주는 것은 고맙지만 고민을 거듭해봐도 그건 내가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과거에 패기 넘치게 개설했다가 얼마 못가 방치된 블로그도 한몫했다. 육아 동지는 상품 리뷰를 써 보는 아르바이트는 어때?라고 제안했다. 생각을 해보지 않은 분야는 아니지만 내가 쓰는 글에 거짓과 거품이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발목을 잡았다.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은 사무직이라 비슷한 일자리를 원했지만 9시 출근, 6시 퇴근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 많은 후보들을 탈락시키고 과연 내가 꾸준히,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꽤나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드디어 꼬리를 잘라냈다. 그 일을 시작하기 위해 상담을 받고 비용을 지불하고 강의를 듣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대학 전공 교재 이후로 이렇게 두꺼운 책도 처음이고 집중해서 화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여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빠르면 내년 봄부터 나의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에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나의 SNS에는 '저지르며 살기'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핑계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도 내 안에 갇혀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때를 벗어나 이제는 마음이 가는 대로 저지르는 때를 살아가고 있다. 저지르고 나면 과정과 결과를 떠나 경험치가 쌓인다. 경험치가 쌓이면 또 다른 것에 저지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고민은 시간만 늦출 뿐, 마흔앓이를 겪고 있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는다면 해볼까? 하는 것에 용기 내어 저지르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