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학원에 다녀온 딸이 제 방으로 들어가더니 침대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린다. 마치 꽉 붙들고 있던 눈물샘을 놓아버리기라도 하듯 엉엉 우는 딸을 보고 있노라니 내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고 말았다.
만 10세 딸에게 인생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선생님과의 이별. 만 2세 어린이집부터 시작해 수많은 선생님을 만났지만 예상이 가능했던 진급이나 졸업 이별과는 달리 예상치 못한 이별에 딸은 며칠 째 슬픔에 잠겨 있다.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시는 선생님께서 급히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 바람에 다른 선생님께서 맡게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딸을 보며 나도 이별 때문에 이렇게 슬퍼해 본 적이 있었나 반추해 보았다. 대학교 새내기 시절, 짝사랑하던 남학생이 다른 여학생과 사귄다는 소식을 듣고 박혜경의 <Rain>을 들으며 엉엉 울었던 때. (지금도 비 오는 날이면 윤하의 <우산>과 함께 즐겨 듣는 노래가 된 지 오래다.) 대학교 여름방학, 수원에서 해남까지 20여 일간의 도보 여행을 마친 마지막 밤에 푸른 하늘의 <마지막 그 아쉬움은 기다긴 시간 속에 묻어둔 채>를 들으며 언니, 오빠들에게 한 동네에 다 같이 모여 살면 좋겠다고 울면서 질척거렸을 때. (그 당시 찍은 사진 속 내 모습은 굉장히 굴욕적이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리조트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의 친언니가 추석에 맞추어 호주에 들어온 적이 있다. 5일 동안 한국 음식들을 만들어주며 자기 동생뿐만 아니라 다른 동생들도 챙기던 그 언니가 떠날 때 나는 대단한 사연이라도 가진 사람처럼 오열하며 언니를 보냈다.(그 언니와는 서로의 결혼식에도 오가고 지금까지도 연을 이어가고 있다.)
저녁 식사 후 아이들과 함께 분리수거장에 갔다가 먼저 나와 계셨던 피아노 선생님을 만났다. 내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로 한 터라 내일 뵙자고 인사를 드리고 들어오는데 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결국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물을 또르르 떨어뜨리고야 만 딸을 보며 나도 같이 울컥한다.(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우리 모녀를 바라보는 아들 녀석은 역시 귀엽다.)
그러고 보니 나의 이별에는 노래가 큰 위로가 되었다. 노래를 들으며 더 슬픔에 잠기기도 했겠지만 이제는 노래와 함께 추억할 수 있는 경험이 되었으니. 딸에게는 어떤 노래가 위로가 될까. 딸이 알고 있는 015B의 <이젠 안녕> 말고 슬픔에 잠겨 있는 딸이 충분히 슬퍼하고 결국 추억할 수 있는 그런 노래는 무엇이 있을지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