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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라인 Nov 07. 2022

힘들지만 뿌듯했던 인천 비행

한국 비행을 마치고



6개월 만에 인천 비행을 받았다. 신청해도 못 받은 달도 있었고 받을 걸 포기하고 신청을 안 한 달도 있었다. 비즈니스 클래스 승무원으로 승진한 뒤 워낙 악명이 높은 비행이라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역시나 눈코 뜰 새 없이 정말 바빴다.


 아부다비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은 밤 비행이라 식사를 안 하는 승객들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웠다. 또, 한국으로 의료 치료를 받으러 단체로 가는 에미라티 로컬 손님들이 많아서 생각보다는 바쁘지 않았다.


 문제는 "응급 상황"이 닥쳤을 때다. 이 날 비행의 유일한 한국인 승무원은 나 혼자였다. 덕분에 (?) 여기저기서 랭귀지 스피커 (Language speaker, 해당 비행 노선 언어 가능자)로 불려 다녔다. 이번 비행 역시 지난번에 말한 것처럼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아프다고 말한 승객들이 여러 명이 있었다.


 첫 번째는 평소에 술을 잘 드시지도 않는 70대 분이 와인 두 잔을 마시고 속이 안 좋다고 소화 불량인 것 같다며 외국인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경우다. 정말 많은 분들이 "가스 활명수"를 찾으시는 데 외국 항공사에는 그런 게 없다. (개인적으로 소화제는 외국 여행 갈 때 꼭 챙겨야 하는 상비약이라고 본다.) 더군다나 이런 경우는 가이드를 끼고 외국으로 "단체 관광" 오시는 "연세가 많은 분들"이 대부분이다. 단체 관광이 짧은 기간에 여러 나라를 관광하기에 좋긴 하지만 비행기 타기 전부터 이미 기다림의 연속이라 다들 피곤하고 지쳐있다.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 앉아서 몇 시간을 있어야 하다 보니 소화가 잘 안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회사에서 배운 대로 사무장의 지시 하에 탄산수와 사이다를 제공해드렸고 갤리에서 조금 쉬게 해 드렸더니 상태가 곧 좋아지셔서 금방 자리로 가셨다.


 다음번 손님은 자는 도중에 갑자기 분수토를 해서 기내가 한바탕 난리가 난 경우다. 손님의 자리가 이코노미 클래스 맨 뒷줄이었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내가 이코노미 클래스 갔을 때는 손님이 이미 조금 진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 외에도 인천 비행은 밤 비행인 데다가 서비스가 두 번이 나가고 늘 만석이기 때문에 응급 상황이 없는 상황이어도 바쁘기 마련이다. 중간중간 한국어 방송과 한국어 통역까지 포함하면 9시간 10시간 되는 비행시간이 정말 금방 지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 비행은 하고 나면 참 뿌듯하다. 특히 승객들 하기할 때 나는 꼭 나서서 작별 인사를 하는 편인데 한국인만큼 나한테 인사를 다시 해주는 손님들이 없다.


"고생하셨습니다."

"아가씨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300명 가까이 되는 대부분의 손님들 한 분 한 분이 나한테 꼭 인사를 해주셨고 그거 하나로 나는 정말 충분하다고 느꼈다. 소화불량으로 나에게 도와달라고 하신 첫 번째 손님은 하기하실 때 내 두 손을 꼭 잡으며 아가씨 때문에 살았다고 너무 고생 많았다고 하실 땐 거짓말 조금 보태서 눈물이 핑 돌았다. 힘든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뿌듯하기도 한 인천 비행. 다른 비행할 때 보다도 더 내가 승무원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느끼게 된 비행이었다. 앞으로 남은 인천 비행도 힘내야겠다



동기가 사다준 스타벅스 아이스 라떼. 이걸로  인천 비행을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다 고구마와 감까지! 동기사랑나라사랑.





한국 다녀오면 동기들이 다 예뻐져서 돌아옴. 얼굴만큼 마음도 넘 이쁜 울 동기~ 아부다비 생활 조금 더 힘내서 같이 존버 하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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