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최고 복지, 그건 바로 ”비즈니스 클래스“
엄마랑 이모가 처음으로 같이 아부다비에 왔다. 엄마랑 아빠, 동생 다 두바이에 와본 적은 있지만 엄마랑 이모가 같이 오는 건 처음이다.
영어를 잘 못하는 둘을 배려해서 내가 직접 한국에 가서 같이 아부다비에 오는 여정으로 계획을 짰다. 겨울 시즌이다 보니 10시간이 넘는 길어진 비행시간을 고려해서 인천에서 아부다비 오는 비행은 비즈니스 클래스 확약 티켓을 예약했고, 상대적으로 짧은 아부다비에서 인천 돌아가는 비행은 이코노미 클래스를 예약했다. 비즈니스 클래스가 만석이라 못 탄 것도 있음...
우리 회사 스태프 트래블은 회사에 입사한 순서대로 (시니어리티 순으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주는 시스템인데 시니어리티가 꽤 높은 편에 속하는 나는 당연히 비즈니스 클래스 티켓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왜냐하면 지난주까지만 해도 예약한 자리가 10석도 안되었기 때문에.. 그런데 웬걸, 당일에 업그레이드된 일반 손님들이 많아서 난 다운그레이드되었고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을 받게 되었다.
이코노미 클래스 여석이 많아서 눕코노미가 가능하지만, 비즈니스클래스에 가족이 앉아 있기 때문에 이코노미 클래스 맨 앞자리 좌석을 선택했다. 누군지 모르지만 승무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던킨도넛에서 도너츠 박스도 샀다. 한 박스는 이코노미 클래스 팀을 주고 한 박스는 비즈니스 클래스 팀을 줬다. 비즈니스 클래스 사무장한테 직접 전달해 주면서 인사도 하고 엄마&이모가 탄 좌석 자리를 말해주면서 잘 부탁한다고 얘기를 했다.
승무원도 사람이다 보니 이렇게 소소한 먹을거리를 챙겨주는 손님을 당연히 더 챙겨주게 된다. 그들의 마음을 나도 아는 지라 뇌물(?)을 준비.. 이코노미 클래스팀에게도 전달해 주기 위해 뒷 갤리를 갔더니 웬걸 부사무장이 아는 친구다. 시누이가 한국인인 이 부사무장은 나랑 코로나 시절부터 여러 번 같이 비행했었던 지라 너무 반갑고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가족이라 하더라도 비즈니스 클래스와 이코노미 클래스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에 원칙적으로는 이코노미 클래스 손님은 비즈니스 클래스에 갈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아는 사람이 있으면 승무원한테 직접 부탁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다행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확약 티켓과 스탠바이 티켓의 가격차이가 두 배가량 나기 때문에 (그래도 일반 손님이 타는 가격에 비하면 1/10 수준) 스탠바이 티켓을 예약할까 싶었는데 엄마와 이모가 처음으로 같이 아부다비 여행을 오시는 데 변수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확약 티켓을 예약했다. 그리고 당일 만석이 된 비즈니스 클래스를 보면서 확약 티켓을 사놓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사진은 만족스러워 보이는 엄마와 이모.. 이불이 너무 좋다고 몇 번을 얘기하셨는지 모른다
나는 이코노미클래스 첫 줄.
정말 너무너무 고맙게도 부사무장 친구와 한국인 승무원이 엄마와 이모를 잘 보살펴주어서 걱정한 것보다 훨씬 편하게 아부다비에 올 수 있었다. 아부다비에 도착하자마자 그 둘한텐 사내 칭송카드를 보내고.. 언젠간 꼭 같이 비행할 날이 오기를.
두바이가 처음인 이모에게 올드 두바이를 보여주기 위해 내가 선택한 곳은 알 시프.
한국인들에게는 스타벅스와 아라비안 티 하우스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자세한 내용은 곧 포스팅할 예정..
나는 에미라티 가족들이랑 오고 이번이 두 번째인데, 기름을 발견하기 전 조개 잡이와 진주 잡이로 돈을 벌던 두바이의 옛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오래된 건축물들과 각종 기념품을 구경하기도 좋다. 또 요즘같이 날씨가 너무 좋은 날은 커피 한 잔 하면서 산책하기에도 안성맞춤. 한국으로 따지면 인사동과 같은 곳인데 아기자기하고 이색적인 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보는 것을 추천.. 미디어에서 보던 화려한 두바이가 아니고 소박하고 전통적인 두바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버즈 칼리파와 두바이몰 분수쇼 구경도 빠질 수 없고.. 이 날은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정말 정말 정말 많았다. 그래서 콘서트장 온 것처럼 더 재밌기도 했고.. 날씨가 좋아서 더 신나기도 했다. 참고로 요즘엔 아기 상어 노래도 나온다.. 인종을 불문하고 애기들이 다 같이 춤추는 광경도 구경 가능함..
60대이신 두 분을 모시고 여행하는 게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가족 여행을 해본 적 있다고 한 친한 언니는 두바이 가족 여행을 끝내고 이틀을 몸져누워있었다며 건강 관리 잘하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런데 난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내가 자주 가는 곳과 사는 곳을 가족들에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번 여행이 뜻깊었던 것 같다. 특히 두바이와 샤르자를 다 와본 울 엄마는 조용하고 사람 없는 아부다비를 마음에 들어 하셨다.
타 항공사 다닐 땐 만석이면 어쩌나 스탠바이 티켓 튕기면 어쩌나 비행 전에 늘 조마조마했는데 지금 다니는 항공사는 내가 다니는 곳이라 아는 승무원도 많고 프라이어리티도 높은 편인 데다가 비즈니스 클래스를 태워드릴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장단점이 극명한 회사이지만 이 부분은 정말 다른 외국항공사랑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유일한 우리 회사의 큰 자랑거리... 걱정했던 것보다 다 순조롭게 흘러가서 지나고 보니 모든 게 감사할 정도
올해가 가기 전 한 번이라도 비즈니스 클래스를 태워드리고 싶었는 데 이렇게 효도를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K-장녀 숙제 하나 완료. 내년엔 또 어떤 숙제를 해내야 할지.... 미래의 나야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