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롤라인 Feb 25. 2024

도대체 왜 런던 비행은 악명이 높은 것인가?

중동 항공사 승무원들이 다들 기피하는 그 이름 LHR



중동항공사 승무원이라면 다들 런던 히드로 비행의 악명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동안 한 번도 런던 비행을 해보지 않았다고 말하면 “lucky you"라고 말하며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것이다. 도대체 왜 영국런던 비행은 이토록 악명이 높은 것일까?



그 답을 알려면 일단 영국의 배경에 대해 알아야 한다. 내 블로그 독자(??) 분들은 대부분  20-40대 분들이니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은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이건 오래되어서 현재와 많이 차이가 있을 것 같지만 대충 중동 항공사가 어디를 가는지 보여주기 위한 참고 자료이다. 에미레이트 항공 노선도인데 보면 인도, 파키스탄에 많은 노선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미레이트뿐만 아니라 에티하드, 카타르, 플라이두바이, 에어아라비아 등 중동 항공사의 가장 중요한 노선은 바로 인도와 파키스탄이다. 중동 항공사 승무원이 된다면 아흐메다바드, 라홀, 트리반드룸 등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여러 도시에 가게 될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네이버에 영국 이민자 비율이라고 치면 나오는 숫자 표이다. 백인을 제외한  가장 많은 인종은 바로 인도계와 파키스탄계이다. 그리고 이들이 바로 중동 항공사의 주 고객층들이다.



즉, 영국으로 이민 간 인도계, 파키스탄계 사람들이 자국인 인도나 파키스탄으로 갈 때 이용하는 항공사가 바로 중동항공사라는 말이다. 영국에서 출발해 두바이나 아부다비, 도하에서 스탑오버를 한 뒤 인도나 파키스탄으로 가는 여정에 함께하는 항공사가 에티하드항공, 에미레이츠항공, 카타르항공인 셈이다.  참고로 영국 노선뿐만이 아니라 이민자들이 많은 캐나다와 미국노선도 마찬가지이다. 그 말은 승무원들이 힘들어하는 손님들 (인, 스, 방, 파) 이 영국 노선의 대부분이라는 이야기이다.


출처 연합뉴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민을 가는 것인가? 간단히 말해서 인도나 파키스탄 보다 더 나은 곳에서 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들에겐 영국이나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 영국 런던 비행에서 인도계 혹은 파키스탄계 이민자 손님들이 나에게 이런 걸 묻는 경우가 있었다.


“브리티쉬 여권 가진 사람들이 앉는 곳은 어디냐?”

“브리티쉬 전용 화장실은 어디 있냐? “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브리티쉬 여권 좀 지켜달라 “


여권 파워가 센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가는 이런 질문들을 런던 비행에서는 숱하게 들어볼 수 있다. 런던뿐만이 아니라 이민자의 수가 많은 캐나다나 미국 노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선진국 여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굉장히 거만한 태도를 가지고 승무원들에게 무례한 경우가 많다. 우리 입장에선 그들이 영국 여권을 가졌거나 파키스탄 여권을 가졌거나 신경을 하나도 안 쓰는 데 말이다.


이렇듯 무례한 요구를 많이 하는 손님들이 많은 데 또 한국인 승무원을 힘들게 하는 게 있으니 그건 바로 그들의 냄새이다.


이번 영국 런던 비행에서 이코노미클래스에서 일을 했다. 내 옆 줄에서 일한 한국인 후배가 카트를 끌고 서비스를 하려고 허리를 숙였다가 냄새가 너무 나서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화장실로 뛰어간 웃픈 에피소드도 있다.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또 영국 런던 노선은 6-7시간 정도 걸리는 중거리인데, 서비스가 많은 편이다 보니 승무원들은 정말로 밥 먹을 시간이 없다. 첫 번째 서비스를 끝내자마자 다음 서비스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비스 중간중간 울리는 콜 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즉 영국 런던 노선은 "걸어서 런던에 왔다"라고 할 정도로 매우 바쁘고 힘든 비행이기 때문에 승무원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인도계 파키스탄계 영국인 이민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당연히 예의 바르고 겸손한 손님들도 있다, 아니 많다. 냄새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특히나 요즘에 내가 느끼는 건 영국 런던 노선의 이민자 손님들이 상향 평준화되었다는 점이다. 아마 그들도 영국에 살다가 자국으로 돌아가면 같은 인종이어도 차이점을 느낄 수밖에 없어서 그런 건지 승무원들한테도 친절한 사람들이 많다. 내가 말하는 건 평균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일반화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영국 런던 노선은 중동 항공사 승무원들에게 기피 대상이 되어왔다. 나 역시 영국 런던 노선을 누구보다 많이 한 사람으로 초반에는 손님들 때문에 영국자체가 싫어질 정도였다. 영국 런던 도시 자체는 좋지만 비행이 힘들다고 다들 입을 모아 말한다. 이래도 중동 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으시다면.... 행운을 빕니다. 굿 럭!!



벌써 벚꽃이 핀 런던
작가의 이전글 집에 다들 독수리 하나씩은 키우잖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