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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 CHO Nov 22. 2021

카자흐스탄 국민영웅 데니스 텐

 지난 10월 28일부터 10월 31일까지 누르술탄 바리스 아레나(Барыс Арена)에서는 ‘2021 데니스 텐 추모 국제 빙상 토너먼트 대회 (The Denis Ten Memorial Challenge 2021 international ice skating tournament)’가 열렸다.

 전 세계에서 100여명의 선수가 참가, 팬다믹 상황속에서도 성황리에 진행되었으며, 이 모습을 보며 많은 카자흐스탄인들 특히 고려인들은 데니스 텐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2021 데니스 텐 추모 국제 빙상 토너먼트 대회' 포스터


1993년 데니스 텐(Дени́с Ю́рьевич Тен)은 카자흐스탄에서 조선말기 의병장 민긍호 선생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참조 : 의병장 민긍호 선생은 대한제국 군인으로 근무하던 중 1907년 고종이 물러나고 군대가 해산되자 이에 분개 의병을 일으켰다. 300여명의 의병을 이끌고 강원도 원주, 횡성, 춘천, 홍천일대에서 100여 차례의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1908년 강원도 횡성에서 일본군의 기습 작전에 순국하였다. 

 민긍호 선생의 유가족들은 두만강을 건너 만주로 피신하였고 이곳에서 안중근 의사의 도움을 받았으나 안중근의사의 순국이후 다시 연해주로 피신해야 했다. 

 이후 민긍호 선생의 유가족들은 다시 스탈린에 의하여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되었다.)

맨 왼쪽 소녀가 데니스 텐의 할머니


 데니스 텐은 어릴 때부터 수영, 태권도, 테니스 등 여러 스포츠와 음대 교수이자 바이올리스트인 어머니로부터 피아노와 성악 교육을 받았다. 

 그는 이러한 어릴 적 교육과 본인의 노력으로 어려서부터 피겨선수로 두각을 나타냈다.


 2011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피겨 남자 싱글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 금메달리스트가 되었다.

 이는 동계 아시안 게임 사상 피겨 남자 싱글 부문에서 일본이나 중국 국적이 아닌 선수로 데니스 텐이 처음이었다. 

2011 동계 아시안 게임 금메달


 2013년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하였던 201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대회(2013 World Figure Skating Championships)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하였다.

 (참조 : 데니스 텐은 완벽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은메달을 차지하자 많은 피겨 관련 인사, 기자, 일반인들까지 ISU(세계빙상연맹)에 청원을 넣었던 명확한 판정 시비가 있었다. 이는 패트릭 챈이 무려 세 번이나 넘어지면서도 금메달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201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대회 은메달


 2014년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던 그는 마침내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하였고, 이는 카자흐스탄 최초의 빙상 종목 올림픽 메달이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동메달


 2015년 2월 14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 2015 사대륙선수권(2015 Four Continents Figure Skating Championships, Seoul)에서 그는 금메달을 차지하였다.

 이 대회를 계기로 Time지에 민긍호 의병장과 고려인 이야기, 카자흐스탄 유일한 메달리스트 등의 이야기가 대서특필 되었고, 이후 우리나라의 대중 매체에서도 데니스 텐의 스토리를 내보내기 시작하였고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2017 알마티 28회 동계 유니버시아드 금메달

 2017년 고향에서 펼쳐진 2017 알마티 동계 유니버시아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2017년 8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8월의 ICE FESTA IN GYEONGGI'에 특별 출연하기 위하여 한국에 왔다.

 그러나 한국에 도착한 바로 그 다음날 연습 도중 인대 2개가 파열되는 중상을 이었고, 당시 의료진들은 절대 1년 이내 스케이트화를 신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8월의 ICE FESTAR IN KYUNGI' 포스터


 2018년 중상을 입은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몸 상태에도 할아버지의 고향인 평창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을 강행하였지만,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의 결과는 참담했다.

 그리고, 이 대회가 그의 마지막 국제무대가 되고 말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데니스 텐


 그로부터 몇 달 후 2018년 7월 19일 25살의 나이에 데니스 텐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요절하고 말았다.

 공식적 발표로는 데니스 텐 자신의 승용차 백미러를 훔치려던 강도와 싸움 도중 칼에 맞았고 과다출혈로 사망하였다.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국민 영웅이 어린 나이에 요절하였기에 카자흐스탄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고 카자흐스탄의 각 도시의 빙상장과 주요 장소에는 추모장이 마련되었고 많은 이들이 찾아와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카자흐스탄 문화체육부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에는 카자흐스탄의 거의 모든 지도자와 유명 인사들이 참석하였으며, 고려인 3세인 골프로킨도 시합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도 미국에서 날아와 참석하였고 장례식에 참가한 사람은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

데니스 텐 추모장에서 오열하는 카자흐스탄 국민
데니스 텐의 장례식


 지금도 많은 이들은 데니스 텐은 계획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주장 중 대표적은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고작 백미러를 훔쳐 갈려던 점.

 두 번째는 남의 시야에 잘 띄지 않고 CCTV가 없는 곳이 아닌 오픈 된 범행 장소

 세 번째는 데니스 텐이 보이게 백미러를 훔치려 했다는 점

 네 번째는 백미러를 훔쳐갈 정도의 경제력의 범인이 비싼 변호사를 대동하고 자수한 상황 등을 들고 있다.

데니스 텐의 어머니 옥사나 텐과 생전의 데니스 텐

 여러 정황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고 재수사를 요구하였던 데니스 텐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테니스는 사건 당

일 자동차 백미러보다 훨씬 비싼 물건들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그대로 있었다."며 단순 강도가 아닌 계획된 살인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법정과 검찰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데니스 텐의 사망에 관한 진실여부는 영원히 미궁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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